1. 당신은 누구입니까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나는 이런 책들을 읽어왔다>에서 소재식이라는 의학 용어가 나온다. 소재식은 환자의 의식 수준을 확인하는 3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금은 언제입니까?”
이 질문은 환자가 의식의 명료한지, 혼수상태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물음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질문들이야 말로 인류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찾고자한 목표라고 말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큰 질문이었다. 인류의 모든 앎은 위의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인류는 여전히 이 질문들의 답을 찾는 여정 중이며, 이 여정에서 축적된 지식들로 말미암아 현재 인간 문명을 이룩했다
.
위의 소재식 질문 중 “당신은 누구입니까?”에 나는 가장 강한 호기심이 든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내 존재에 대한 물음이면서 인간의 존재를 묻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 답하자면 생물학적으로는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자식이다. 그리고 대전에 거주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이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표면적인 정보일 뿐, 정작 나는 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관념만 있을 뿐, 정말로 나란 인간은 착한지, 악한지, 배려심이 있는지, 친절한지, 용기가 있는지, 자아가 있는지, 영혼이 있는지 모른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질문을 품었을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나긴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위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해왔다. 철학자들은 이성의 힘에 의지해 사변적으로 인간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골몰했다. 신학자들은 ‘신’과 ‘창조주’와 같은 초월적 존재의 힘을 빌려 인간을 설명하고자 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생명체들의 흔적을 추적하여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의 방법을 통해 인간의 기원을 추정하였다. 현재는 생명 공학, 뇌과학, 인지 과학, 빅 데이터와 같이 과학적인 방법에 입각한 분석으로 인간을 알아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은 스스로를 알기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되었다. 축적된 결과물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파편적으로나마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이 결과물들이 인간의 전부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다양한 지점에서 인간을 파악해 들어간다면 정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는 날이 올 것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