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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2)

2. 인간이란 무엇인가

by 썰킴

누구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다. ‘나란 존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운명은 무엇일까’ 철학적이고도 심오한 질문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한 날이 있다.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상황은 각양각색이다. 무수하게 반복되는 현실의 나날에서 느끼는 권태에서 올 수 있다. 가족의 죽음에서, 간절히 원했던 꿈의 좌절에서도 온다.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재의 삶에서 올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태에 이르면 생각이 많아진다. 사색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에게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밖에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정상인 같고 나만 감성적이고 진지해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로 붐빈다. 아니, 붐비는 것을 넘어 차고 넘친다. 과거 사람들도 같은 질문에 대해 고민했고, 현시대에의 사람들도 여전히 고민한다. 미래에도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고민일 것이다. 이 고민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무수히 많은 저작물이 나왔지만 만인이 만족하는 고민에 대한 정답은 없었다. 각 개인이 찾은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선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럼 인간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로,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다. 지금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 일생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설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지인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로, 도움이 되는 것이 독서이다. 나는 이 독서에 대해 말하려 한다. 다양한 장르가 있겠지만 나는 재미있고 접근이 쉬운 소설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우리는 정보로 가득 찬 정합적이고 딱딱한 글보다도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로 보고 듣는 것이 더 끌리기 때문이다. 소설 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현실에서 직접 체험하지 못할 경험들과, 감정의 레퍼토리를 소설 안에서는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지점에서 느끼는 간접 체험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준다.


또한, 소설 속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소설 속 주인공에 투영해서 읽기 때문에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느낌도 든다. 많은 작가와 책 읽는 사람들이 독서의 대표적 은유로 여행을 뽑는다.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할 때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이 여행과 닮았기 때문이다. 역사 소설을 읽으면 과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며, 이국의 소설을 읽을 때는 먼 이국의 땅에 낯선 정취를 느낀다. 신화와 상상으로 구성된 판타지 소설은 꿈으로 떠난 느낌이랄까.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구축한 소설 속세계를 나만의 이미지와 정보들로 재구성하여 세계를 창조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겼으며, 사회적으로는 어떤 위치에 있고,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며, 꿈은 무엇인지,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떠하며, 주변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가와 같은 정보를 모으며 나만의 세계로 그려낸다. 그 후에, 창조된 세계 속 주인공에 나를 주입한다. 주인공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바꾸어본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 상황에서 주인공의 감정은 어땠을까?’ 이런 질문들에 천천히 답하며 소설을 읽어나간다. 질문은 읽기를 더욱 감칠맛나게 만든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주인공과 등장인물 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내 감정처럼 느껴본다. 상황이 바뀌어감에 따라 작가가 준비한 다양한 상징들과 복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런 부분에선 충분히 시간을 두고 독서한다. 훌륭한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처럼, 좋은 책을 즐기는 미독가의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즐긴다.


여유를 가지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패키지여행처럼 주요 관광지만을 돌며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순례자가 성지를 향하여 걷듯 느리지만 꾸준히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둘러본다. 순례의 여정에서는 길거리에서 스치는 들꽃 하나에도 시선을 던지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감탄한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마을 주민과도 눈인사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이 말인즉 슨, 소설 속 주인공의 말 한마디, 단어의 쓰임 하나하나에도 세세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혹자는 시간 낭비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가 되어 소설을 쓴다 생각해 보자. 단어 하나, 문장하나 허투루 배열한 게 없을 것이다. 작은 것에 세세히 주의를 기울이는 깊이 읽기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의식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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