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의 말들 속에서 살아남기

나의 농도를 높이자

by 썰킴

말과 생각도 확산된다.

확산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계에서 확산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일어난다. 말과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말과 생각의 농도, 나 자신의 말과 생각의 농도. 이 농도 차에 의해 말과 생각은 확산된다. 대체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말과 생각의 농도는 높다. 보편성을 가장한 많은 생각과 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 “30대 넘어가면 결혼하기 힘들다.” “영어 공부는 조기교육이 필수다.” “철밥통 직장을 들어가야 인생이 순탄하다.” “뱃살은 자기 관리의 실패다.”

이런 농도 높은 말과 생각들은 항시 우리 안으로 확산된다. 한 사회에서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들과 관습, 그 시대에서 원하는 가치가 결합되어 생성되는 말들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런 글과 생각에 젖은 사람들은 정말 이 생각들이 진리인양 주변 사람에게 설파한다. 자기 내면의 농도가 옅은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 않고, 쉽게 이런 말과 생각을 동조하고 내재화한다. 이런 말과 생각이 참인 줄 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진리라 믿고 살아온 말과 생각들이 자신과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을 왕왕 느낀다. 그리고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조화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곤 한다.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함에 대한 좌절과, 이에 따른 불안, 절망을 느낀다. 스스로 실패자라 느낀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해가 갈수록 ‘나 지키기’가 중요함을 느낀다. 외부의 말들이 자기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농도를 높여야 한다. 내면의 농도를 높여, 외부의 생각과 말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 외부와 불통하란 이야기가 아니다. 쓸데없는 말들을 여과하여 듣자는 거다. 여과하는 힘은 내면의 힘이다.

세파에 휘둘리지 않게끔 자신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나 독서다. 독서는 ‘활자 읽기’이면서 ‘자기 읽기’다. 모든 책은 자신을 비추는 밝은 거울이다. 누구나 책을 읽으며 책에 자신을 투영해본다. ‘자기 읽기’는 거창하게 말하면 자아 성찰이고, 꾸밈없이 말하면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기 내면의 욕망과,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가 합치되면 좋겠지만 보통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에서 누구나 고민하며, 힘들어한다. 책을 읽고 자신이 힘든 이유에 대해 메타인지 할수록 나를 옥죄고 있는 외부의 말과 생각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실체를 알면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읽고, 외부 세계와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해보라. 세상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내 안의 농도는 당연스레 높아진다. 더 이상 바깥 말들이 침범하지 못한다. 고로 흔들리지 않는다. 맹자가 말했던 부동심이 안에서 생겨난다.

정신을 어지럽게 만드는 자극적인 말, 생각이 난비하는 시대다. 이 시대에 자신을 온전히 지키려면 자신부터 농도를 높여야 한다. 나를 지키는 책 읽기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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