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래서 수많은 모임을 전전했다. 여행 동아리, 통기타 동호회, 농구 동호회, 스피치 동아리, 자기 계발 동아리, 독서 모임, 영어 모임, 와인 모임, 영화 모임 등등..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이런 모임을 할 적이면 늘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서 모임을 해본들 시간이 지나면 모임에서 만난 사람 모두 떠나갈 사람이라는 것을. 실제로도 그랬고, 그럴 적이면 지독한 공허감이 들었다. 인간관계에도 유효기간 있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깝고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어도, 언젠가는 서서히 나의 테두리에서 멀어져 가 나중에는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될 거란 것을.
그때부터였을까? 사람에 대한 기대를 놔버린 것은. 왜냐하면 내가 기대한 양에 비례하여 실망과, 슬픔이 늘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기대를 안 하는 것은 내 마음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이며, 감정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인간관계도 물 흐르듯 내버려 둔다. 어차피 흐를 것은 흐르고, 고일 것은 고일 것이기 때문에. 애써 움켜쥐려 하지 않는다.
근래에 내가 했던 고민과 똑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몇몇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금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그리고 현재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처신과,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애써 사람 한 명, 한 명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는 내가 너무 기계적으로 처신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정감 없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며, 정성스레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들은 사람을 통해 많이 기뻐하고, 많이 슬퍼한다. 그래서 관계로부터 오는 고민도 짙다. 그들에 반해 나는 적게 기뻐하고, 적게 슬퍼한다. 그리고 관계로부터 오는 고민이 없다. 모임에 닳고 닳은 인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원래 난 그런 사람일까? 나도 예전에는 그들과 같았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그게 나를 지키는 일이었으니까..
지금까지 다소 위악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임을 계속한다. 왜? 그래도 나는 사람 만나는 게 좋으니깐. 요령이 붙어 덜 상처를 받고,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어도 옆에 남아주는 사람에게서 더 큰 위안과 기쁨을 얻어왔으니깐. 불행은 사람 관계에서 오지만, 행복 또한 관계에서 온다. 정성스레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떠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슬퍼하지 말자. 그건 당연한 일이다. 달이 차오르면, 기우는 것 만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냥 현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되, 떠날 때는 쿨하게 보내주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