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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독서와 감수성(3)

3. 삶의 풍요로움

 천천히 읽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만큼 느끼는 게 많고 울림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는 단지 독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다. 여행을 생각해 보자. 유명한 곳만 골라가는 패키지 투어에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흐릿한 관광지의 기억의 잔상과, 버스 안에서의 긴 시간, 그리고 사진만을 남긴다.      


 반대로, 한 곳에 길게 머물면 바싹 붙어 지내면 더 많은 것이 남는다. 그 지역의 역사, 전통, 문화, 고유의 건축과 생활양식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현지인들의 생김새와 성격이며, 어떻게 살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왜 우리와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하며, 잘하면 현지 친구가 생길 수도 있다. 나아가 언젠가는 관찰의 정도가 그 사람들에 동화될 수도 있다.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는 잘 받아들이고 잘 느끼는 것이다. 감수성은 느림을 전제로 한다. 인간의 오감 중 과연 어떤 부분이 빠른 것을 잘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속독이 그런가? 어림도 없다. 눈으로는 보아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건 가슴이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감수성이야말로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며, 행복의 길로 인도한다고 확신한다. 감수성이 풍부하면 삶에 건져 올릴게 많다. 어디를 가도 만선의 어부와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기쁨, 자연에서 오는 경이로움, 위대한 예술품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모두 반응할 것이다. 그리하여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에게 삶이 흥미롭고 기대되는, 의미로 가득한 놀이터 같은 공간이리라.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이야 말로 삶의 목적이라는 것을. 과거에는 꽤 멋지게 들렸지만 현실성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키팅 선생이 말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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