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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나에게 맞는 책 고르는 법(1)

1. 모두 다 읽을 수 없다

 책은 많고 삶은 유한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에도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인생을 모두 책 읽기에 투자하면 우리는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잠과 식사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온전히 책 읽기를 일로 삼는다면? 하루에 5권을 읽는다 치고, 한 달에 20일을 읽고, 50년을 반복한다면 60,000권을 읽을 수 있다. 60,000권은 어마어마한 숫자이지만, 전 인류의 지적 산출물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고로, 우리는 모든 인생을 투자해도 지구상에 현존하는 책의 1%도 읽기 힘들다. 일본의 속독가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경이적인 속도로 텍스트를 활주 하는 비범한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현존하는 모든 책을 그의 생 안에서 모두 읽을 수 없다. 수천 년 간 시공간적으로 지식을 팽창시켜 온 인류의 지의 총체를 한 개인이 모두 맛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책 들 중 과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것은 어떤 인생을 살 것 인가와도 직결이 된다. 다양한 음식의 영양소가 나의 몸을 구성하듯, 다양한 책의 생각과 사상이 나를 구성한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챙기라 한다. 독서도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골고루 읽으라고 한다.     


 이 말은 맞으면서 틀리다. 나이가 어리거나, 정신이 성숙하기 전, 취향이 잡히기 전에는 다양한 것을 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달아 나가야 한다. 이 과정은 앞으로 펼쳐질 독서 생활에 앞서 꼭 필요하다. 이 과정을 겪은 후에야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꼭 맞는 독서 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을 접할 시기에는 책에 관한 다양한 조언과 유혹에 휘둘릴 수 있다.     


 독서라는 기나긴 항해를 떠나는 우리는 원하는 항로에 방향을 맞출 때까지 다양한 시행착오가 뒤따른다. 권위 있는 기관에서 선정한 필독서의 압박, 신문과 서점 진열대에 수시로 광고하는 책들도 있다. 그뿐인가.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유튜브에 출연하여 추천하는 책도 있고, 블로그에 책에 대한 서평과 감상도 많다. 또는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권해주는 책과, 교수님, 직장 상사들이 추천해 주는 책도 꽤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수용해서 한 번씩 읽어보되, 그 책들 중 자신의 결에 맞는 책을 찾아라. 진정으로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 오입질도 해봐야 한다.      


 다만 자신의 취향과 인생관이 확립된 후에는 아무 거나 읽는 잡독은 피해야 한다. 잡서의 경계는 주관적이므로 잡독이라 하겠다. 아무런 방향성 없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고, 맹목적으로 즐거움만 추종하거나, 활자에 중독된 사람처럼 읽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지식의 확장보다는 지혜가 깊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0대, 20대라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음으로써 지의 경계를 전 방위로 넓히고, 30대로 접어들면 그 방위를 점차 축소시켜 나가 진정 자신의 강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독서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앞선 시대를 살았던 문장가 홍석주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자.     


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잡다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지 않고 좋은 책을 찾아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홍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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