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책 고르기 = 즐거움 + 목적 + 취향
중국의 '부판충'이라는 곤충은 태어나서부터 줄곧 머리 위에 돌멩이를 이고 다닌다. 돌을 머리에 이어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자라면 자랄수록 더 큰 돌을 머리에 이게 된다. 그래서 나방도 되지 못하고 결국 머리에 짊어진 돌에 깔려 죽는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뒤집어 보는 창의적 역발상, 요럴 땐 요렇게>
‘부판충’은 독서를 의무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은유다. 독서에 대한 의무만 있고, 즐거움이 없으면 부판충이 돌에 깔려 죽는 것처럼, 책에 깔려 죽는다. 독서에 대해 어느 정도 의무를 가질 필요는 있으되, 즐거움을 더 크게 가지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독서는 진정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즐거움을 고르러 가는 행위가 바로 책 고르기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가 가장 즐겁다. 도서관과 서점에 도열되어 있는 수많은 즐거움 중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 희열. 즐거움. 설렘.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잘 골라야 한다. 우선 자신이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자신이 지금 휴식을 원하는지, 교양을 키울 것인지, 일을 잘하고 싶은지,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지,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지 등으로 말이다. 목적을 정하면 자연스레 책의 분야도 정해진다. 그 분야에 대해 무지한 상태라면 가장 쉽게 풀이한 입문서나, 대중들의 눈높이로 내려와서 쓴 책들을 먼저 읽는다.
독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한 분야의 책들을 꽤 읽었다고 하여 다른 분야도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책을 읽을 순 없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쉬운 책부터 읽어가며 개념을 잡아야 한다. 그러는 편이 독학하는 입장에서는 수월하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단, 수준이 높은 선생이 도와주는 경우이다. 조선시대 서당에서 어린아이들에게도 경전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훈장님들이 큰 경전을 잘게 조각내어 학동들이 먹을 수 있게 썰어놓은 까닭이다.
선생님이 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독학인 이라면 쉬운 책부터 읽어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큰 책을 만나면 좌절하고 의지가 꺾인다. 그러면 책 읽기의 즐거움, 앎의 즐거움도 절단 난다. 작은 내딛음이지만, 자기 발걸음으로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그게 정도고 정석이다. 독서도 우공이산처럼 해야 한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야 독서가 보람차다.
보람 있는 독서는 자발성이 필수다. 자발성은 무엇인가. 타자에 강요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것이다. 자발성은 자신의 취향을 원천으로 삼는다. 좋아해야 지속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어떤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지속하기는 힘들다. 자신의 취향대로 책을 찾고 골라야 한다.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르고, 책을 타고 점점 상위 수준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 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가들을 읽어내고 한 참을 더 가면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대가를 마침내 만나게 된다. 그렇게 만난 대가의 책이야 말로 좋은 책이고, 나에게 맞는 책이고, 슬로 리딩으로 읽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