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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9. 2024

독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어사전이 필요하다

단어 공부의 중요성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유년기 시절 외국경험이 없는 대다수가 그랬듯 저 역시 알파벳 외우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저는 알파벳을 따라 쓸 수 있도록 줄이 쳐져있는 영어 노트를 한 권 샀습니다. 그리고 모든 철자가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하여 노트 위에 적었습니다. 알파벳이 식별이 되고 쓰기가 익숙해질 무렵부터 단어를 외웠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지 않는다는 것은 전쟁터에 총알 없이 나가는 것과 같다 구요.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영어 공부하는 내내 듣는 진부한 이야기였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습니다. 단어를 모르고서는 독해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단어를 유추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 문장이 온전히 그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정확한 해석이란 단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정확히 알고 문장과 문맥에 정합적으로 들어맞을 때만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영어에서 모르는 단어를 보았을 때만 사전을 찾지 않습니다. 한글에서도 생소하고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바로 인터넷 사전을 찾곤 합니다. 문맥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행여 실수가 있을 경우 우리는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실수 정도는 쉽게 웃고 넘어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보고서나 연설에서 잘못된 단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조소를 받는 것을 넘어 자격 자체를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습관이 중요합니다. 늘 사용하는 모국어라고 하여 단어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고 뜻을 익혀 자신의 입말과 글말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해야 합니다. 다양한 단어를 알게 된다면 표현력 또한 풍부해집니다. 한 가지의 사건을 표현하더라도 이 단어 저 단어 붙여가며 빙빙 돌려가며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짧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일상의 대화에서 사용 고급 단어는 풍부한 함의를 갖기 때문에 적은 말로도 많은 의미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것은 대화와 글의 효율을 늘릴 수 있는 저변이 됩니다.      


 한 사람이 사용 가능한 단어의 총량이 그 사람의 지적 경계선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무척 공감합니다. 일례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과 책을 늘 접하는 사람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도 무리가 없습니다. 반대로 글자 읽기에 능숙하지 않을수록 대화의 주제는 한정되어 있고 설령 이야기를 나눠도 매끄럽지도 못합니다. 이는 사람의 생각과 논리가 언어를 타고 발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언어 기반이 취약하다면 이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짐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책을 봐도 단어에 대한 이해력에 따라 그 책은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단어에 대한 앎이 충분하다면 명작가의 책은 참으로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하겠지요. 반대로 단어에 대한 앎이 부족하다면 글자는 독자에게 어떠한 풍경도 선보이지 못하고 단지 종이 위에 존재하겠지요.            

 이런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이는 단어의 일의적인 뜻을 모르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단어도 여러 의미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과를 예로 들겠습니다. 성경의 ‘아담과 이브의 사과’가 있습니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사과가 있습니다. 폴 세잔의 ‘사과’가 있고 이광복 화가의 ‘사과’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참으로 다양한 사과가 있습니다. 이런 단어에 대한 기억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읽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비록 연결점이 없어 보여도 이런 앎 자체가 단어 하나를 놓고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독서 연구가인 매리언 울프도 단어를 읽을 때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연상에 대해 언급합니다.     

 몇 년 전, 인지 과학자인 데빗 스위니는 ‘bug’처럼 간단한 단어를 읽을 때, 흔히 사용되는 의미는 물론이고 스파이, 폭스바겐, 소프트웨어 상의 결합 등‘bug'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의미까지 전부 가동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위니는 뇌가 한 단어에 대해단 하나의 의미만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책 읽는 뇌, 매리언 울프>     


 단어에 대한 앎이 책 읽는 경험을 보다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주는 측면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래 글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특히, 유년 시절 풍부한 단어에 대한 레퍼토리는 보다 책을 심층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주지요.


  실제로 뇌는 주어진 단어에 대해 그야말로 보물 창고와도 같은 지식 저장소를 자극해 관련 단어를 여러 개 끄집어낸다. 독서가 이렇게 의미론적 측면에서 풍부해지는 것은 사전에 저장해 놓은 자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갖기도 한다. 풍부한 어휘 레퍼토리와 관련된 연상적 의미를 가지고 아이는 단어와 개념을 저장하지 못한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텍스트와의 대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책 읽는 뇌, 매리언 울프>     


 책을 깊숙이 체험하고 싶다면 사전 찾기를 권해드립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스쳐 지나가지 말고 붙잡아 그 단어의 얼굴을 보시길 바랍니다. 수많은 단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겠지만 지나쳤던 얼굴 중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전 찾기는 보다 능동적인 독서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단어 속에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단어 하나를 철저하게 이해하면 역사, 문화, 사회, 전통 등 다방면에서 지식의 폭이 얼마든지 넓어집니다. 속독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그 폭을 여유 있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이토 우지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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