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황, 나침반 없는 인생(2)

나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by 썰킴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20대 초, 내가 살아온 짧은 경험에 의거해 판단을 한다면, 난 문학과 여행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이 좋아하는 두 개를 합쳤을 때 나오는 적합한 진로는 무엇이냐?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내린 결론은 여행 작가였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 없기에 여행 가이드 정도로 진로를 어슴푸레하게 그렸다.

내가 어떤 업을 갖고 살아가겠다는 생각은 특히 군대 있었을 적 무척이나 많이 했었다. 나는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에 있었고 북한 쪽을 바라보며 매일 경계 근무를 서는 것이 일상이었다. 경계 근무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기 좋은 시간이었다. 기억하기로 근무를 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 되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근무를 서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물론 근무하는 시간 동안 선임이나 후임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았지만, 보통 같이 근무서는 사람의 인생사와 관심사를 모두 들은 후에는 더 이상 소재가 없어 서로 침묵 속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나는 그때마다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수없이 되물었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어떻게’라는 단어는 너무 넓었다. 삶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의 질문보다 “뭐를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살 것이냐”가 나에게는 더 와닿는 질문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장은 삶의 방향과 가치를 포괄하는 질문이기에 너무 추상적이었고 삶의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반대로 밥벌이에 대한 질문은 나에게 구체며 실존이었다.


스스로에게 답을 구하기 위해 매번 물었지만 제도권 교육만 받으며 다양한 경험 없이 성장했던 나는 매번 같은 답을 도출하는 되먹임 과정을 반복했다. 전역 후 전공 공부를 하면서 ‘여행 가이드’라는 직업의 전망을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정말 나의 성향과 맞는지 알아보았다. 당시 친구 중 한 명이 국내의 내로라하는 여행사에 입사하고 나는 그 친구를 통해 여행업의 민낯과 임금 수준을 듣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화학 전공을 살려 취업한 선배들이 들어간 회사와 연봉을 듣게 되었는데 여행사와는 큰 차이로 높았다. 다시 나는 고민했다.


여행 가이드보다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게 낫겠는데?

이 고민을 품고 대학생 3학년을 보냈다.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직업의 안정성과 연봉으로 봤을 때, 공학 전공을 살리는 게 훨씬 유리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시금 선택해야 했다. 학사까지 공부하고 취업을 하느냐, 석사까지 하고 취업을 하느냐의 문제였다. 나는 무엇이 더 효율적 일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우선 학사에서 취업하려면? 내가 다니던 대학교 레벨에서 대기업에 가려면? 당시로는 학점 3.5 이상, 토익 800점, 기사 자격증 2개, 어학연수 경험 등이 필요했다. 내 수준에서 이것들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년. 꽤 긴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석사는? 석사는 2년이 소요되고, 학부 4학년부터 실험실 생활을 한다. 그러나, 기업에 들어갈 때 2년을 경력으로 인정받거나 학위 수당을 받는다.


그렇다면, 석사 취업의 단점은? 회사에 앞서 대학원에서 사회생활 경험을 먼저 하는 것이다. 교수님이라는 사장을 모시고, 연구 과제를 수주하여 과제가 목표한 정량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실험실은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선, 후배와의 관계도 돈독히 가져야 하며 누구보다도 교수님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학부에서 만나는 교수님과 실험실에서 만나는 교수님은 다르다. 평가자와 피평가자 입장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어떤 교수님을 만나느냐가 대학원 생활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에 입학 전 교수님의 평판 조회와 소속 대학원생들에게 실제 대학원 생활 체크는 필수이다. 더불어, 대학원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심화 전공을 하기 때문에 학부생보다는 취업 시 선택의 폭이 협소해진다.

예를 들면 학부생이 반도체, 고분자, 타이어, 정유, 배터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지원할 수 있다면, 석사생의 경우 학위의 메리트를 살리려면 자신의 전공과 가장 밀접한 전공에 지원해야 하며, 그래야만 석사 전공과 커리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학사 졸업 후 취업의 장점은 갈 수 있는 회사의 다양성이다. 석사 졸업 후 취업은 취업 분야가 협소해지지만 본인이 전공한 분야에서 취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약간의 전문성은 생기는 것이다. 더불어, 취업 시 경력 인정과 학위 수당이 붙는다. 나의 선택은 석사 진학이었다. 준비 기간이 같다면 추후 입사 시에, 2년을 더 인정받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모든 고민 과정에서 추상적인 느낌인 ‘좋아함’에 의지해 판단하기보다는 ‘실리’에 입각하여 선택을 이어왔다. 생활의 안정, 안정적인 돈벌이라는 측면에 선택의 준거가 있다. 왜 나는 이런 선택들을 연속해왔던 것일까? 그 바닥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던 듯싶다. 늘 기억나는 어머니의 말씀은 이랬다.

“생활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두 다리는 생활을 딛고 이상을 추구하라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모두 포기하고 추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활 기반을 유지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점진적으로 준비해나가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이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었던 것이, 늘 어머니는 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셨다. 그러면서도, 늘 책을 읽고 쓰시는 걸 멈추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늘 품고 있었던 것은 ‘문학’이라는 불씨였고 꺼뜨리지 않으셨다. 늘 읽고 쓰신 덕분이었을까? 어머니는 늦은 나이에 시와 소설 부문에서 문학상도 받으시고 유명하진 않지만 2편의 시집도 출간한 작가가 되셨다.

만약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생활을 포기하셨다면? 아마 우리 가족은 오랜 시간을 궁핍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실리와 이상 중 무엇을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늘 ‘실리’를 선택하는 회로가 머리에 각인된 듯 싶다.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이 ‘이상’을 포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실제 표본이 바로 옆에 있으니 나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제 ‘이상’과 ‘실리’를 점진적으로 추구해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의 선택은 멈추고 동시해 해 나갈 생각이다. ‘이상’의 추구가 모든 걸 포기할 각오를 하는 한판 승부가 아님을 안다. 나는 큰 도전과 큰 실패, 재기를 통해 일어나는 서사의 주인공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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