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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수 Jul 08. 2019

여럿이 모이면 더 합리적일까?

집단사고와 집단극화

하나보다 둘? 둘보다는 셋?

사람이 집단을 이루는 것은 한 사람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세 사람이 모였을 때 각 개체보다 더 큰 집단적 능력을 발현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를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일컫는다. 집단지성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효과를 가져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 다양한 현장에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빠르게, 자주 취합하려고 하는 것도 집단지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한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월터 리프만


집단사고와 집단극화

그러나 다수가 모였다고 항상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의사결정, 주류를 이루는 의견에 대한 지나친 합리화,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 부정적으로 패턴화된 의사결정과정 등이 감지된다면, 잠시 살펴보자. 갈등이 나타나지 않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어빙 제니스(Irving Janis)는 이러한 현상을 구성원들이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방식으로 설명하고 '집단사고(group think)'가 일어난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집단사고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집단사고는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 과정의 왜곡이나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심지어 조직은 집단을 등에 업고 더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한다. 이로 인하여 집단사고는 집단 내 극단적인 분열이나 다른 집단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니얼 솔로브(Daniel J. Solove)는 “집단이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면 의견이 대립하는 경향을 띠며 결국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라고 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폭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집단의 의사결정이 개인의 결정보다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집단이 집단사고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집단극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고, 집단극화가 생겨나면 다른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두 집단이 대치되고 집단극화가 강화되는 여당과 야당, 경영자와 노조 등의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사건, 상황이 발생하면 집단극화 현상으로 폭주시키는 경향이 있다. 주취자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여경 무용론'을 넘어 남녀 대결구도로까지 확산되었던 사건도 여러 의견과 가치관들이 강화되어 집단극화로 표출되는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집단극화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토의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토의가 오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가 작용한다면 이 토의는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편향동화란 사람들이 이미 자신이 가진 편향된 입장에 맞추어 정보를 처리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은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해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정보들을 논리적이고 현명한 의견으로 받아들여 기존 입장이나 의견을 더 강화시키는 것이다. 선스타인(Cass R. Suntein)은 그의 저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어도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과 어긋나는 정보들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정보들을 단순한 선전물로 간주해버린다. 중대한 문제일수록 기존에 갖고 있는 애착, 두려움, 판단, 선호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과 배치되는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기존 입장에 대한 확신은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극단주의자들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 신념에 반대되는 증거나 정보를 접하더라도 기존 신념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였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집단사고, 집단극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리더의 특성 및 영향: 자기 확신이 강하거나 다른 의견을 무시한다. 또는 의사결정의 책임을 '리더가 하라고 해서'로 전가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집단응집성: 유대감/집단애착(in-group love)이 강한 조직일수록 쏠림현상이 크다.

시간의 압박: 충분히 상의하거나 검토할 시간이 없을 경우에도 나타나기 쉽다.

회의과정 및 의사결정 절차의 문제: 반대의견을 탐색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구조적 절차의 문제로 집단사고가 강화될 수 있다.   


집단사고와 집단극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정 및 증상들이 있으니 이를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불패의 환상(illusion of invulnerability): 집단이 절대로 잘못될 리 없다는 믿음

집단 합리화(collective rationalization): 경고를 무시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합리화하려는 경향

집단 도덕성에 대한 환상(belief in inherent of the group): 집단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보이는 현상

타 집단에 대한 상동적 태도(stereotypes of other groups): 상대방은 자신들보다 약하다는 생각

자기검열(self-censorship):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집단이 싫어할까 봐 스스로 말을 검열함

만장일치의 환상(illusion of unanimity): 무조건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상

반대자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direct pressure on dissenters): 상대방을 집단에 굴복시키려는 압력

자체 설정한 규정(emergence of self-appointed mind guards): 집단의 화목이나 합의를 깨뜨릴 부정적 상황(정보)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고 정신적 경계 강화하는 현상  


집단사고를 예방하려는 리더와 퍼실리테이터를 위한 IDEAs!

집단사고와 집단극화가 아니라 여러 개인이 모여 집단을 구성한 이유, 즉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 리더와 퍼실리테이터에게 필요한 역할은 구성원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발휘되도록 돕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각각의 악기가 아름다운 음색을 소리 내되, 하나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위한 다음과 같은 노력을 시도해보자.


# 리더와 퍼실리테이터는 토의되는 내용에 대해 '중립적 위치'를 고수한다. 다른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입장이나 선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 집단사고가 나타나는 것이 감지된다면 의도적으로 반론을 펼치는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나 입장에 따라 사고하도록 하는 '여섯 색깔 사고 모자(6 thinking hats)' 등을 활용해볼 수 있다.

 

# 처음부터 그룹 전체가 함께 논의하기보다는 발언의 부담은 줄이되, 발언의 기회는 늘릴 수 있도록 적은 인원끼리 먼저 토의하게 하는 등 그룹 크기의 변이를 활용하여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 한 가지 대안이 아니라 복수의 선택권이 필요하다. 퍼실리테이션 회의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다중투표(multi-voting)와 같은 방법을 통해 다수의 선택지를 보장함으로써 집단극화를 예방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을 보완해볼 수도 있다.



모두가 수긍하며 평온히 진행되는 회의?

진짜 리더, 진짜 퍼실리테이터라면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이다.

갈등 없는 만장일치? 우리의 환상이다!!



[참고자료]

대니얼 솔로브, 이승훈 옮김,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 루머, 가십, 익명성, 그리고 디지털 주홍글씨> 비즈니스맵(2008)

캐스 R. 선스타인, 이정인 옮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프리뷰(2011)

캐스 R. 선스타인 외, 이시은 옮김, <와이저-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위즈덤하우스(2015)

한인재, <[DBR 칼럼]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은 종이 한 장 차이>, 동아일보, (2013.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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