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가지세요. 단!
얼마 전 대학원 수업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듣게 되었다. 자신감이 창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 분야가 꽤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고, 최근에도 자신감을 더 세분화하여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우연히 창업의 기회가 생겼다. 몇 달 전 처음부터 나에게 들어온 창업 제안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아쉽긴 했지만 또 기회가 오겠지라는 심정으로 하던 일에 집중하며 지냈다. 그런데 지난주에 연락이 와서 그 사람이 창업 진행을 포기했다며 다시 나에게 제안이 왔다. 그 제안을 수락하였고, 다음 주 론칭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모든 것이 거의 다 완성되어 있었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최소화해 두어 BEP를 빨리 맞출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컨셉도 완성되고, 물품도 다 구비된 상태고, 론칭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도 하고 모든 조건을 검토했을 때 이 제안은 안 받으면 안 되는 제안이었다. 궁금했다. 왜 그 사람은 이렇게 좋은 조건을 다 만들어두고 그만둔 것일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단편적인 내용은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꼼꼼했다. 창업을 처음 해보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인 것 같았고, 디테일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론칭을 앞두고 번아웃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이런 경우를 겪어본 건 처음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창업은 알면 알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은 도박이다. 성공할 확률 50%, 실패할 확률 50%. 더 들여다보면 창업 후 5년 내 망할 확률은 80%에 육박한다. 창업 교육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창업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학생들이 겁을 먹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3시간씩 15주차로도 모자란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온갖 과제를 다 해 나가며 들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이때 딱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또 창업을 한다. 그 사람은 왜 창업을 포기했고, 나는 왜 창업을 수락했을까. 물론 나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창업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계해야 할 자신감이 있고, 고취시켜야 할 자신감이 있다. 그 내용을 논문을 통해 살펴보겠다. 배운 건 써먹어야 하니까.
<Robinson, Anthony T., and Louis D. Marino. "Overconfidence and risk perceptions: do they really matter for venture creation decisions?."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and Management Journal 11.1 (2015): 149-168>
이 논문은 직접 읽어봤다. 자신감과 위험 감지가 창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인데 2015년에 발행된 논문이다.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건 자신감이 창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Overconfidence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신으로 볼 수도 있다. 과신은 보통의 경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의사결정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꼼꼼하게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혹시 잘못된 것이 없는지 항상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에 있어서 과신은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준다. 과신을 하는 사람이 창업을 더 잘하고, 창업가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매개변수로 위험 감지를 넣었다. 자신감이 위험 감지를 매개했을 때 창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것이다. 결론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동일한 위험에 대해 더 낮은 위험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동일한 위험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는 창업가는 그 위험을 낮게 인식하고, 자신감이 없는 창업가는 높게 인식을 해서 창업을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겪은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꼼꼼한 것은 일하는 데 있어서 매우 좋으나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지고, 위험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바람에 중도에 창업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반면 나는 위험에 대한 인지가 낮았다. 그건 특정 자신감 때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 논문에서 살펴볼 수 있다.
<Kraft, Priscilla S., et al. "Overconfidence and entrepreneurship: A meta-analysis of different types of overconfidence in the entrepreneurial proces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37.4 (2022): 106207.>
2022년에 나온 최신 논문으로 원문을 보지 못했고, 교수님에게 설명을 들었다. 자신감을 선행연구들에 의해 3가지로 구분하였다. 과대평가(Overestimation), 과잉배치(Overplacement), 과한 명확성 (Overprecision)으로 구분하였고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보면 과대평가(Overestimation- 자신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생각-자뻑?), 과한 명확성 (Overprecision-진실을 알고 있다는 지나친 믿음), 과잉배치(Overplacement-자신이 남들보다 낫다는 과장된 믿음)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이 창업의 전, 창업 시, 창업 후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과한 명확성 (Overprecision)은 창업 전, 창업 시, 창업 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과잉배치(Overplacement)는 창업 시, 창업 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반면 과대평가(Overestimation)는 창업의 어떤 과정에서도 무의미하다.
해석을 해보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지나친 믿음, 즉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신감이다. 창업 시 그리고 창업 후에는 이와 더불어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는 과장된 믿음, 즉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반면 과대평가인 자신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자뻑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창업자라면 자신이 자신보다 낫다는 생각을 지양해야 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운동을 배우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이런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않는다.
가장 추구해야 할 자신감은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자기 계발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그다음으로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대평가와 다른 점은 라이벌 의식이 있느냐에 있다. 경쟁사를 보고 내가 저 경쟁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창업자를 자극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데 정진하도록 동기부여를 해 준다.
이번 창업에서 나에게는 과잉배치가 있었다.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이미 12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자신감이 없을 수 없다. 적어도 그 산업에 있는 업체들 중에는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은 가장 높다고 자부한다. 그것이 다른 위험요소에 대해서 낮게 인지되는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단시간 내에 BEP를 맞추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과한 명확성(Overprecision)이 있다. 여기서 아직 갖추지 못한 건 높은 목표다. 3개월 내 BEP를 맞추고, 월 1억원 순수익을 낼 수 있다는 목표 정도는 확실하게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업인지는 오픈하고 나서 여기에 밝히도록 하겠다.
여기 나온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창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든지 필요하다. 자신감을 가지자. 단 과대평가(Overestimation)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