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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Nov 10. 2022

창업, 이제는 돈을 벌어야 한다.

돈 쓰지만 말고 벌기 

요즘처럼 창업이 어려운 시기는 IMF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우선 시장에 돈이 말랐다.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지인의 회사에서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데 대기업 회장이 돈 쓰지 말라고 오더를 내렸다고 한다. IMF의 교훈일 것이다. IMF 때 현금이 많은 사람이 결국 더욱 큰 부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빙하기가 끝나면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빈에 처하든 부에 처하든 살아가겠지만, 되도록이면 부의 입장에 있고 싶다. 


스타트업 쪽에 있다 보니 투자사나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투자자는 지갑을 닫고, 이제 스타트업은 스스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곳만 살아남고 있다. 투자사는 미래가치에 대해 보수적으로 잡기 시작했고, 돈을 잘게 나누어 투자하고 있다. 10여 년 전 처음 스타트업이란 걸 알게 되고 스타트업 위크앤드라는 해커톤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왜 법인을 만들어서 지분을 쉐어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돈을 벌고 있다면 그냥 개인사업자로 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다들 나를 이상하게 봤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법인을 만들어 지분을 쉐어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지분의 크기를 크게 만들어 엑싯할 때 큰돈을 버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타트업은 법인으로 해야 한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 건 스타트업에 대해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똑같은 질문을 누군가 나에게 던진다면 오히려 신중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분으로 돈 번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다. 오히려 엑싯을 하고 데스벨리를 버티려고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출을 너무 많이 해서 빚을 해결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인 경우가 보았고, 지분 스핀오프를 통해 M&A된 곳은 스핀오프한 기업이 상장에 실패하며 휴지조각이 된 사례도 보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돈을 벌고 있다면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기업이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자영업이든 뭐든 돈 못 벌면 기업이 아니다. 프리랜서도 돈 벌면 기업이다. 직장인도 돈을 벌긴 하지만 기업에 속해 있기 때문에 직장인만 기업이 아니다. 돈 못 벌면 다 빛 좋은 개살구다. 트위터를 인수한 엘론 머스크는 인수하자마자 반 이상을 해고한다. 기행으로 비쳤고, 직장인의 입장에서 천인공노할 일이지만 그 방법이 해괴했고, 조롱하는 듯한 것이 잘못이지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루에 56억씩 적자를 보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안 할 수 있을까? IMF 때 생생히 기억한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문자로 대규모 해고하던 그 시절, 그때 모두가 힘들었다. 그 시절이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는 그렇다 해도 메타까지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섰다. 메타가 창업한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대기업도 이런 판국인데 중소기업은, 스타트업은, 자영업은 어떨까. 거리에서 붕어빵을 팔더라도 순수익에 집중해야 한다. 



일단 지금은 돈을 벌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원래 기업은 돈을 벌어야 정상이다.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벌고 적게 쓰면 된다. 많이 못 버니까 적게 쓰려고 고정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떨린다. 다가올 검은 파도가 저 멀리 너무 크게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 파도를 타고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큰 파도가 올 때 살아남는 방법은 파도 위로 유유히 고급 스킬을 써가며 멋지게 서핑하는 방법도 있고, 안으로 파고드는 방법도 있다. 내가 선택한 건 안으로 파고 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창업을 결심했다. 빠르게 창업을 하고 BEP를 달성하고 순수익의 크기를 키운 후 또다시 빠르게 창업을 하여 BEP를 달성하고 순수익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이 위기를 넘기려 한다. 최대한 다양한 분야로 창업하여 분산 투자하듯 분산 창업을 해 볼 생각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어떡해서든 이 위기에서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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