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3일
감정이 넘치는 나는, 보수적인 회사에서 꾹꾹 눌러 담아 일을 한다. 이제는 페르소나 연기도 잘 한다. 업무를 할때, 마음을 다해 일을 하지만, 비효율적이고, 과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준비해 간 간식을 함께 나누는 일도 나는 즐겁고 다함께 으쌰으쌰 하자는 의미이지만 필요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나누지만, 단 한번도 나누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 행위를 한다고 해서 성과급이 나오고, 나에게 이로운 것은 없으니까. 협업할때도 마찬가지.
업무를 할 때도 성심껏 열심히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뭔가 느낌이 왔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할 때,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성향이 있다. (과한 책임감일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면 알게 모르게 찝찝한 것도 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그렇고, 업무에 대해얘기 할 때도 그렇고, 설명이 길 때도 있고, 그때 어땠는지 표현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도 하고, 사람들의 의중을 살피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필요 없다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한다. 그러면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과한 신경을 쓰기도 한다.
어느 순간 회사 동료들이 오해로 멀어지기도 하고, 그들끼리도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라는 조직이 어떤 곳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는 곳인데, 그 안에서 모른 체하고, 날이 서있고 하면 좋을 것은 없다. 유튜브로 노희영 님의 인터뷰를 듣다가, "내 가족 하고도 딱 잘 맞지 않는데, 회사 사람들이라고 100프로 잘 맞을 수는 없다." 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느낌표가 머리에 그려졌다. 그렇지. 가족 하고도 100프로 맞지 않는데, 타인과의 생활은 서로 조심하고, 오히려 아름다운 거리가 더 필요한 것이지.
회사는 이익 집단이라 거기서 감정을 나누고, 위로 받고, 봉사하는 행위는 쓸모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회사를 '학교' 같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즐거움을 나누고, 업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모습에서 주 5일을 보내는 회사 생활을 활력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일이 너무 바쁠 때는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위의 이야기들과는 모순적으로, 일 복이 많은 나는, 점점 사람이 무미건조해지기 시작했다. 회사원으로의 페르소나가 강해진다. 매사에 진지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매일 보이고 있다. 감정이 메마르고 있는것만 같다. 처음에는 일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고, 나중에 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일들을 받아서 했다.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F로 똘똘 뭉쳐 이상적인 회사원의 모습을 만들고, 거기에 나를 맞추려고 했음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씩 덜고 있다. 완벽 주의, 계획 형 인간, 하지만 100프로 꼼꼼하지도 않은 나는, 오랜 회사 생활에도 아직도 아침에 긴장하고, 준비하고 있다.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황하기도 한다.
퇴사 생각과 이직 생각과 잔류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환율 그래프처럼 꾸준히 반복하며,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주변에서 처음에는 회사분위기와 너와 안 맞는다고 만장일치로 말했지만, 그 말도 무색하게 오래 다니고 있다. 나도 변했다.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생각을 하면, 그래도 나는 좋은쪽으로 이로움이 많아서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일 것이다. 내일은 화요일이고, 내일도 출근한다. 월급날이 다가와 좋은 마음으로 잠에 들려고 한다. 내일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갈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