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 인사발표가 난다. 난 이번에도 승진에 떨어졌다.
회사 생활에서 승진은 나에 대한 성적표와 같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건
승진에서 누락되면, 연말 연초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으려고 노력한다. 휴가를 내기도 한다. 팀장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껄 그랬나. 나도 열심히 바쁘게 지냈는데, 이런 평가를 받을 이유가 있을까.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들이 당연히 있겠지.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승진은 운이야. 고생했어. 다음에 되겠지.
위로해주는 '승진한' 지인의 말에 그냥 씩 웃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하며 나섰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이다. (아 이미 축하는 발표 당일에 하였다.)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는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책상에 앉아있던 나는. 2인자 모범생이었다. 1인자는 한번도 되지 못했다. 노력파. 성실파. 오히려 공부는 더 낫다. 내가 부족한 걸 알고 공부하면 되니까.
그런데 회사나 사회는 상사의 비유도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고, 내가 한 일을 좀 불려서 얘기도 할줄도 알아야하고, 나는 그런 요령이 부족했다. 내 많은 업무를 어필하려고 했는데, 불평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말 안하고 묵묵히 모두 한다고 하는, YES MAN 예스맨이었다가, 너무 많은 과중한 업무를 받아서 병이 나고, 아프고 나서야. 죄송한데 이 업무는 어렵겠습니다. 하는 나는 회사에서는 비효율적인 인재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각하지 않고, 야근도 불사르는 나였다. 그건 학교에서나 통하는 방법이었다. 전략이 필요하고 요령이 필요하고, 뻔뻔함도 필요하다. 아직도 어렵다.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말하고, 뒤에서 얘기하고, 소문에 능하고. 이런것들도 승진에 반영이 되기도 한다.
후배들을 만나는데 뭔가 면이 서지 않았다. 내가 교육한 후배들도 진급하기도 했고,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 부족한 점만 집중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나는 회사의 시스템과 다른 나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을거라는 (객기) 같은 확신이 들었다. 오히려 회사 시스템에 녹아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나의 신조는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그리고 책임감 빼면 시체인 나는. 업무를 끝까지 해내고 가면서 야근도 하고 했었다. 이제는 오히려 요령을 좀 가져보려고 한다. 여기서 요령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일들에 조금더 시간을 쏟기도 해야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직이고,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인 것만 같기때문이다.
언젠가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을 알아봐주겠지 하였지만, 그렇지 않다. 모두 자세히 평가하기도 어렵고, 팀내 사정이 각기 있으며, 나의 사정도 있다. 그래서 다음 주면 1월 마지막 주를 맞이하는 지금 에서야, 마음이 좀 평안해졌다. 오히려 떨어져서 다행이다. 내가 나로서 도전할 힘과 목표를 심어주어서. 회사가 삶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도와줘서 다행이다. 한 가지에 빠지면 덕후기질이 있는 나는, 회사에서의 평가가 내 삶 전부의 평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만의 무언가를 하며 올해를 잘 살아갈 것이다. 연말 연초 이 때를 기억하며, 편하게 웃는 그날이 올때까지. 진정성은 언젠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까. 내면의 방향으로 잘 가보자. 올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