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 하기

내 탓? NO

by 글월 문

경환적 사고란? 법학, 특히 판례 평석이나 법적 판단의 방식에서 쓰이는 개념입니다. 어원을 풀면, 경환적 사고(更換的思考, substituted reasoning)란 뜻입니다. 기존의 법률적 판단에서 다른 조건이나 전제를 대체해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판례가 A라는 요소를 중시해 판단했다면, '경환적 사고'는 '만약 B라는 요소를 기준으로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하는 구조로 바꿔보는 방식입니다. 판례의 타당성이나 적용 가능성의 범위를 다시 점검할 수 있죠.


개그맨 허경환 님의 '경환적 사고'는 정확히 이 사고에 일치합니다. NG를 7번이나 내고 무대를 가까스로 내려와 '그 어떤 것도 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였다던 신인 시절을 고백한 뒤, '내일 안 가도 아무도 안 찾을 것 같은' 상태였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경환아 이건 누구 잘못이지?
3개월 연수 기간이 필요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날 무대에 올렸다.
이건 감독님이 날 너무 빨리 올린 거 아닌가.
몇 개월 주면 잘할 자신 있어?
할 수 있겠다, 그래 가자!


이런 사고 흐름으로 그는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던 신인 시절을 동기 부여로 바꿔 냅니다.


사실 얼핏 보면 실패했을 때, '남탓하자'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나는 잘할 자신 있다'라는 믿음입니다. '감독이 빨리 올려 망했다'에서 사고 과정이 끝나고, 그것만 생각하면서 감독 욕만 하면 지금의 허경환은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준비 잘해서 다시 기회 주면 잘할 수 있을 거야'로 가서 잘 되지 않았을까.


혹시 실패했다면, 이렇게 합시다. 내 실력 믿고, 남들이 뭐라든 '이건 내가 잘한 게 맞아' 그래도, 나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면, '이건 남이 잘못한 거야'라고 남 탓이라도 해서 벗어나는 겁니다. 그렇게 'ㅈ대로(속된 말)' 하다 보면 최소한 실패에 발목 잡힐 일은 없지 않을 겁니다.


경환적 사고(substituted reasoning)가 경환적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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