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야 할까.

노력의 의미에 관하여

by 글월 문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됐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50년 간 15만 명을 돌본 정신과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교수님의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짐짓 노력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노력은 대가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즉, 노력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상당수는 노력과 보상을 필연적이라고 믿는다. 시험이라면 합격을, 데이트에선 인연을, 투자라면 수익을 기대하고, 시작할 때만 해도 짐짓 미소를 띠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치 이미 보상을 얻은 것처럼.


하지만 굳이 50년이 아니더라도, 불과 1시간 (데이트 혹은 투자라면) 한 달 만에도 '노력의 상관관계'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성공한 사람 한정 '필연'이다. 방금 실패를 겪은 사람에겐 '우연' 내지 심하게 말하면 '개소리' 일 뿐이다. 이때 노력에 관한 모든 격언은 연역이 아니라 귀납일 뿐인 셈이다.


즉, '인생은 우연이고, 세상은 불합리하다'는 말이 위로는 되지만, 허무(虛無)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노력하지 않으면 '우연'이라도 잡을 수 없다는 SNS 조언, 아무리 불합리한 세상이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노오력' 시절에 대학 생활을 해서 뭘 놓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노력의 내면화'가 요즘은 더 힘들다. 노력 자체는 허무하지만, 다시 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50년 정신과 의사의 어떻게 진단할까.


결국, 쳇바퀴다. 인생이 우연이라면, 노력의 용도는 무엇일까. 세상이 불합리하다면, 더욱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면, '노력하면 대가를 얻는다'는 말도 참일 수 없는데. 그래서 요즘 붙잡고 있는 것이 있다. 쉼 없이 좌절해, 남들에겐 무의미해 보이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해낸 이들의 이야기. 그런 이를 보면서 위안 삼아 때론 비겁해 보이지만 '살자고 하는 짓은 모두 용감하다'는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자기합리화한다.


"그래서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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