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프로필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정체성의 시대에 산다. 현실부터 가상까지 모두 그렇다. 모두가 자신만의 프로필을 가져야만 할 것 같다. 한국에선 특히 '좋은 프로필'에 대한 동경이 크다. 가장 가치가 높은 '명함(대기업, 전문직)'을 얻기 위해 명함을 본 적도 없는 영유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시대를 체감한다. 과거 현실 속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던 SNS는 '백설공주의 거울'처럼 바뀌었다. 다른 게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속 거울도 자신이란 것일 뿐.
미국의 저널리스트 노먼 메일러가 '나 자신을 위한 광고'란 책을 썼듯, 이젠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광고한다. 한국에선 '사실적 표현(광고한다)'보다 '당위적 표현(광고해야 한다)'이 더 잘 어울리지 모른다.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성취를 과시하지 않으면, 계획을 뽐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보기엔 '별 볼 일 없는'것 같은 이들이 '백설공주'가 돼 연봉 1억을 넘는다면 조심하라. 사생활 폭로 아니면, 질투가 쏟아질지도.
세상일 대부분엔 이유가 있다. 정체성의 시대가 된 까닭은 관심이 최고의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면 어떻게든 돈이 따라온다. 관심을 팔려면, 팔 수 있는 '자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철학자 필립 애덤스의 말처럼, 우리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 몰라 '부러워할 만한 삶'을 내세우거나 따라간다. 누군가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재료로 관심을 끌기도 한다. 바로 증오다.
문제는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사회가 자아를 세울 이렇다할 버팀목을 세워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자아를 채울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건 '사랑'일텐데,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 그게 과연 좋은 생각일지 의문이다. 대신 오늘날 우리를 사라잡고 있는 '정체성'이란 개념에 의문을 일단 던져보면 어떨까.
자아가 지쳤을 때마다 벌써 4년이 넘은 힙합 가사 한 줄이 생각난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란 쇼미더머니에 나온 '불협화음'이란 노래 가사다. 이후 가사는 이렇다.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 show. 우린 돈보다 사랑이, trophy보다 철학이.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fashion. 중요한 건 평화, 자유, 사랑,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