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의 모순

될 놈 될

by 글월 문

어느 정도 '될놈될'이란 말을 믿습니다. 주변을 보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된 사람'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한편으론 무엇이 '해도 안 되는 놈'과 '안 해도 되는 놈'을 구분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주인지, 운명인지 죽고 나서 하느님께 물어보기 전까진 (만약 그가 있다면), 모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문은 역사를 살펴보면, 적어도 '완벽한 준비'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서고금 역사의 정변들만 봐도 허술해 보이거나 불리한 상황을 뒤집은 건 '완벽'이 아니라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왕이 될 상인가'로 유명한 세조의 계유정난만 봐도 그렇습니다. 세조는 계유정난 직전, 안 된다고 말리는 자를 발로 차고 이렇게 말하며 밀고 나가서 결국 성공했다고 하죠.


"나는 너희들을 강요하지 않겠다. 따르지 않을 자들은 가라.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 죽는다면 사직(社稷)을 위해 죽을 뿐이다. 나는 혼자서라도 가겠다. 계속 만류하는 자가 있다면 먼저 그부터 목을 베겠다. 빠른 우레는 미처 귀를 가릴 틈도 없는 것이니 군사는 신속한 것이 귀하다"


세조 계획에 큰 힘이 실리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수양대군의 세력 자체도 약했고, 최고 세력이었던 김종서와 안평은 연합해 수양을 견제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판을 수양의 부하들도 모를 리 없었고, 당연히 제 목숨을 생각하면 말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훗날 반정 직전 비밀이 새어나간 인조도 그랬고, 가깝게는 서울 한복판을 뒤집어 넣고도 혁명에 성공한 영화 <서울의 봄> 전두광도 마찬가지였죠.


사실 모반이나 혁명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렇습니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자기 발목을 잡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고백할 타이밍을 재다가 선배에게 짝사랑을 빼앗긴(?) 영화 <건축학개론>이 여전히 공감받는 이유도,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한 자'도 못 쓰는 이들을 위해 작가분들이 "일단 써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결국 '될 놈 될'의 공통점은 완벽 아닌 시도에 있었습니다. 설령 준비가 덜 됐다 하더라도, 일단 마음먹은 순간 될 거란 확신을 갖고 덤비는 이들이 모반도, 반정도, 혁명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도 세조의 '될 놈 될' 성향은 아버지 세종이 못한 일도 해냈습니다. 세종은 여진족 원정 당시 신중한 성향이 있어 여진족들이 모두 도망가 전과를 못 올릴 때가 있었지만, 세조는 가장 조선을 괴롭힌 만주일당을 모조리 멸족시켰습니다.


당시 세조가 한 말입니다.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용병에서 가장 큰 폐해는 머뭇거리면서 결단하지 못하는 것이며, 삼군에게 재앙이 되는 바는 여우처럼 의심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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