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압박

Victory belongs to the most tenacious

by 글월 문

올해,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부여잡는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지난 5월 롤랑가로스 결승전, 남자 테니스 '빅 2' 알카라스와 시너의 4세트 게임 스코어 3-5, 0-40 상황입니다. 어지러운 숫자를 하나로 정리하자면, 알카라스는 단 한 점만 내주면 결승전에서 패하기 직전.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에서 약 9000km 떨어진 한국의 2년 차 '테린이'도 심장이 콩닥 뛰는데, 알카라스는 5점을 내리 득점하며 위기를 극복합니다.


더욱 놀라운 건 겨우 4-5로 따라잡은 알카라스의 '부동심'입니다. 다음 게임, 시너의 서브 게임마저 '브레이크'합니다. 테니스 프로끼리의 대결에선 '서브 게임'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서브 게임은 '지켜냈다'라고 하죠. 결국 그는 5세트 매치 타이브레이크 끝에 결국 극적 역전 드라마를 써내죠. 기록이 기적을 증명합니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 3번의 위기를 넘기고 우승까지 한 사례는 알카라스가 최초입니다.


경기 후 기자들 관심도 당시 알카라스의 심정에 집중됐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항상 스스로에게 말한다. 중요한 순간에는 무조건 밀고 나가야 한다고. 설령 뒤처져 있어도, 5세트 슈퍼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도. 그저 지금이 도전할 시간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로지 나 자신을 믿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태도는 롤랑가로스 결승전이 열린 '필립 샤트리' 코트에 새겨진 "Victory belongs to the most tenacious(승리는 가장 끈질긴 자에게 속한다)"는 문구와 완벽히 일치합니다. 그가 5점을 내리 따내며 패배 벼랑 끝에서 벗어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란 뜻입니다. '느리고 높은 공의 바운드'가 특징인 클레이(흙) 코트의 정상엔 늘 '가장 끈기 있는 자'만이 설 수 있었습니다.


끈기,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알카라스처럼 '나는 끈기 있게 칠 거야'란 마음도, 실제 그렇게 공을 끝까지 따라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끈기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끈기만 갖고선 안 됩니다. 끈기 뒤에 숨은 노력과, 그 노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부동심이 '끈기' 한 마디로 치환되는 셈이죠. "압박은 변명일 뿐입니다(라민 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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