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 동계올림픽 종목 이후 금메달만 '2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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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은 내가 태어난 1992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그리고 빙판 위의 치열한 경쟁은 모두 168개의 메달을 만들어냈는데, 그 가운데 48개의 메달은 한국의 몫이었다. 금메달 24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11개다. 평창올림픽 전 AP 통신이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을 7개 따고 전체 5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금메달만 따지면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통산 금메달은 31개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8년 뉴욕타임스 기사"짧고 강한 다리 힘이 비결?"... 왜 한국인들은 쇼트트랙을 잘할까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
작년 기준, 대한민국의 인구는 5184만 명. 인구 5천만 명, 지구 28위인 이 나라는 가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현대 골프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인데, 우리 여자골프 선수들이 세계 10위권 안을 제 집 드나들듯 한다. 유교를 숭상해 남들 다 개방할 시기에 '쇄국정책'까지 펼쳤던 나라였는데 지금은 E-스포츠와 댄스 브레이킹에서 우리가 최고다. 왜 잘하냐고 물었을 때 괜스레 그저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양궁' 뿐이다. 우리는 활의 민족이었다. 그리고 쇼트트랙이 있다.
한국인은 반복을 잘한다.
쇼트트랙을 잘하는 이유의 가장 경제적인 분석은 '나라에서 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득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두환 씨가 등장한다. 독재자가 그렇듯, 국민 관심을 정치에서 떨어뜨리려는 '3S(스포츠/스크린/섹스)'는 우리 프로야구의 출발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수많은 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나라가 밀어줬기 때문에 란 이유도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의외의 곳에서 한국인이 왜 쇼트트랙이 잘하는지 이유를 찾는다. 우리나라 댄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Planet B-boy'다. 이 작품은 '갬블러즈' 크루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헤드 스피너'를 인터뷰하는데, 왜 그가 최고의 '헤드 스피너'이냐는 물음에 동료는 "머리로만 5-6년을 연습했다"며 "사실 다른 동작은 못 한다"라고 고백한다.
답은 한국인의 '끈기'였다. 쇼트트랙에 관심 있는 부모의 밑에 태어난 한 아이는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대표 선수가 되고 영광을 맞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때론 맞으면서 배우기도 한다고 한다.(뉴욕타임스의 취재) 그래도 빙판을 뛰쳐나가지 않고, 묵묵히 날을 밀며 간다.
차가운 빙판 속 외로움도 견디게 하는 건 끈기의 뿌리는 '경쟁심'이다. 한국 사람들은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건 단순한 선호나 취향이 아니다.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 뒤쳐졌던 우리 민족은 다른 나라와의 경쟁,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이건 곧 '생존'의 문제였다.
'Planet B-boy'의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경쟁력은 한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경쟁자가 되고자 하는 뿌리 깊은 열망이며, 여러분이 너무 많이 고통받았기 때문에 성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화려했던 영광의 쇼트트랙... 분란으로 시작한 2022년 베이징올림픽
'추입' 전법
초반에는 가장 뒤에, 중반엔 치고 올라와, 후반에 끝낸다. 마지막에 역전하는 이런 장면은 한국 쇼트트랙의 가장 짜릿한 장면이다. 실제로 이렇게 메달을 따왔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안현수와 진선유는 각각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끈기'도 세계화를 피할 순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쇼트트랙의 영광을 안겨줬던 코치와 기술진들도 세계로 진출했고, 쇼트트랙 기술도 선수들의 근력도 점차 발전하면서 1000m를 장거리로 봐왔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500m를 2번 도는 단거리로 본다.
'끈기'는 단거리에 약하다.
키 크고 힘도 좋은 서양인이 더 유리한다는 '자유형(수영) 100m'도 그렇듯, 쇼트트랙도 그렇다. 게다가 한국의 반복 훈련은 체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지구력을 키우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순발력을 키우는 데는 좋지 않았다. 점차 평준화되는 세계 쇼트트랙계에서 우리 남자 쇼트트랙은 2010 밴쿠버, 2014 소치에서 무너졌고 여자 쇼트트랙은 '심석희'란 스타가 등장하면서 버텨왔고 평창올림픽에선 금메달 3개, 은메달 1, 동메달 1로 한국 쇼트트랙은 왜 잘하는 가란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심석희의 '브래드버리 만들자'... 대표팀 동료 '욕설' 논란까지
대한체육회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목표 메달을 금메달 1-2개로 꼽은 건 충격이었다. 이마저도 '희망'이라고 했다. 목표치를 확 낮춘 건 쇼트트랙 대표팀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심석희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와 대표팀 코치의 카카오톡 대화를 유출했고, 디스패치가 최초 보도했다. 여기에는 심석희가 최민정을 향해 '브래드버리 만들자"라고 동의한 내용을 포함해 대표팀이 거둔 성취와 동료들을 향한 비하 발언이 있었다.
스티븐 브래드버리(48)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앞선 선수들의 연쇄 충돌로 꼴찌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된 선수다. 실제로 심석희는 평창 대회 1000m 결승에서 코너를 돌던 최민정과 부딪쳐 넘어져 고의 충돌 의혹이 일었다. 심석희는 이 일로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 2개월을 받았고,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지 않는 이상 베이징에 갈 수 없다.
결과만 비교한 동계올림픽의 '양궁'... 성취의 과정은 다르다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은 '공정'으로 결과를 성취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세 차례에 걸친 선발전 동안 4000발 넘는 화살을 쐈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운의 개입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다. 평가는 오로지 과녁에 꽂힌 점수로 한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도 봐주지 않았다.'소년 궁사' 김제덕이 도쿄에 갈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이미 뽑힌 선수들도 다시 1차 사선에 섰기 때문이다. 외신이 '한국 양궁의 공정성'을 칭찬하고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궁수들에겐 올림픽에 가는 것이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보도한 이유다. 양궁은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성공은 조금 다르다. 스스로를 넘는 경쟁보다는 동료 선수들과의 경쟁에 매몰됐다. 물론 몸을 부딪히는 쇼트트랙과 양궁을 동일하게 볼 수 없고, 타인과의 경쟁은 때론 스스로를 넘어서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파벌'로 최고의 선수를 잃기도 했다. '국뽕'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애틋한 나라 생각에도 이 선수는 떠나면서 동정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쇼트트랙 안에는 극복해야 할 '파벌'이 존재하고, 꽤 역사가 깊은 만큼 뿌리를 뽑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