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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Jan 30. 2024

문상과 기자

문상훈의 책을 읽고

약 1년 전이었습니다. 누군가 ‘빠더너스’란 유튜브 채널을 추천했을 때의 일입니다. 사실 슬쩍 둘러보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꽤 유치합니다. 방송기자였을 때, 가끔(자주) 제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문상 기자’란 그의 영상이 더 많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한 글자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훨씬 저보다 유명한 문상훈. 그래서 머릿속에서 잊고 살았던 그의 이름 세 글자가 마음으로 파고든 건 <유퀴즈>부터였습니다. 그가 두 MC에게 적은 편지의 문장이 소담스러웠습니다.


한 편지에서 그는 유재석 님에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고 속 편한 핑계를 댈 때마다 형님을 생각하게 된다”라고 적었습니다. 조세호 님을 보곤 “별점 매기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날카로운 평가의 단어들을 웃음으로 바꿔주는 세호형에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책이 나왔다기에 풋살 가기 직전에 용산 교보문고에 들렸습니다. 책을 살까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완독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평하자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밤에 썼다고 한 문상훈의 문장들은 그가 느낀 밤의 감정들을 온전히 엿보기 민망했고, 빠더너스가 낮에 쓴 문장들은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문상훈의 두 번째 책을 기대한 추천사에는 동의합니다. “낮에 모아 밤에 펼쳐냈을 단어들이 그의 선택을 받아 이 책에 담기기까지 얼마나 처절하고 웃겼을까. 나는 문상훈이 아직 쓰지 않은 단어들이 부럽다” 이 문장처럼 말입니다. ‘문상 기자’가 알고리즘에서 저를 밀어냈어도, 그의 책을 찾아보게 만든 문장들이 책 곳곳에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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