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은 있다. 네 말이 맞아. 그건 확실해. 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그것도 내가 돈 들여가면 배운 것 하나야”
1Q84 3편을 설명하자면, 이 대사로 대신하면 되지 않을까. 덴고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고, 아오야마는 아이를 ‘수태’하면서 종교단체 선교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결국 만난다. 1Q84의 세계를 탈출한다. 정확히는 탈출이라 믿으며 소설은 끝난다.
왠지 어제 시작해 오늘 끝난 아시안컵 16강 경기와도 닮았다. 야구는 9회 말 2 아웃, 축구는 후반 45분이란 말보다 더한, 후반 54분쯤 골을 넣은 조규성 이야기다. 숱한 미스, 지긋지긋할 정도의 비판에 주전에서 벤치로 시작한 그도 마침내 해냈다. 탈출에 성공한 듯 보인다.
1Q84를 다 읽고 곧바로 아시안컵 결과를 보고 나니, 결국 하루키가 1~3편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희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희망은 보이지도 않을 때도 있고, 때론 시련에 가려져있지만 그럼에도 ‘믿음’이 있다면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진부한 레퍼토리지만. 베스트셀러를 해낸다.
주인공 아오마메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세계를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이런 노래 가사를 떠올린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