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공무원 합격, 20대 중반 결혼, 30대 육아휴직중인 아빠
<1화> 고졸 특채 공무원? 그게 뭔데?
때는 바야흐로 2010년대 초반.
당시 높은 청년실업률과 함께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이던 시절. '공무원'은 최고의 직업 중에 하나로, 2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인기직종 중 하나였다.
그리고 MB정부의 고졸 취업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고졸 출신 공무원 채용 정책(지역인재 채용)'이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
어느 날 뉴스와 신문에서 우연히 해당 소식을 들은
어머니께서는 바라만봐도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나의 내신성적을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한번 도전해볼래..?"
그게 내 인생을 바꾼 첫 시발점이었다.
당시 내가 재학중인 학교는 컴퓨터학과, 조리학과 등 실업계열의 특성화고로, 특성화고 가점을 활용해서 대학진학을 주 목표로 둔 교육열이 높은 학교였다.
물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그 흐름에 편승해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고3이란 무엇인가. 대입을 앞둔 외로운 하이에나랄까.
또, 가벼운 말조차도 그 속에 뼈가 있는. '엄마 배고파', 'TV소리 커', '공부해야 돼' 등 5음절 이상은 사치라 생각하는 천룡인 그 자체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세계 귀족을 일컫는다)
하지만 자그만 스트레스와 생채기에도 소녀의 미성과 함께 금세 쓰러지고 마는 개복치이기도 하다. 고3은 그 만큼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존재이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공고만 뜨면 우선 넣어보는 아파트 청약처럼 지나가는 말로 한번 해보라 하신 듯했지만 나는 그때 이후로 모든 대입준비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대신에 9급 공무원 기출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국가직 9급 행정 공무원 공채 시험의 경우, 5개의 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을 시험본다. 하지만, 지역인재 9급 공무원은 여기서 필수 3과목만 본다. 바로 국어, 영어, 한국사다. 각 과목당 출제되는 문제는 20문제씩. 일반적인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보다는 과목 수도 적으므로 나름 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미국 유학을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내 자신의 의지보다는 당시 미국대학에 재학중이던 누나를 따라 나도 글로벌 세계의 한 일원으로 발돋움하길 원하셨던 부모님의 뜻이 좀 더 컸다.
당연히 공무원을 꿈으로 한 적은 결단코 없었지만, 흔히들 공무원을 생각하는 이미지인 칼퇴, 철밥통, 노후의 공무원 연금을 생각하면 이것보다 좋은 직업이 없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수능을 9달 정도 남긴 2012년 3월.
나는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대학진학이 아닌
'지역인재 9급(고졸 특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로 선언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일들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