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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팀장님 Dec 07. 2021

유아휴게실 (feat: 비주얼머천다이저)




출산을 하고 나서 유아동쪽으로 복종을 옮기게 되었다.

여성복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 알아 보는데, 집과의 거리, 원하는 포지션, 나에 대한 선호도가 유아동쪽으로 쉽게 이어졌다. 3년간의 경력단절 시간을 보낸터라 계속 고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우선 나에 대한 선호가 크면서 당시 18개월이던 헨리를 고려해 집이 가까운 회사로 결정했다.


처음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다. 상품의 사이즈 스펙부터 달랐고, 용품의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나도 써보지 않았던, 몰랐던 육아용품이 다양한 사이즈로 가득했다. 어쨌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업무를 해나갔다.


백화점 폐점 후, 기존 매장을 확장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철수하기 시작한다. 상품을 빼내고, 집기를 하나하나 분리하거나 부수어 빼낸다. 그리고 싹 정리한 후 새로운 집기를 세팅한다. 먼지는 말할 것도 없이 가득하고 그 과정을 지키다 보면 눈은 빨개지고 몰려오는 잠, 후덜덜한 다리,,,몸이 처지기 시작한다. 꼬박 밤을 새기엔 힘들어 잠깐 눈을 붙일 곳을 찾는다. 그 때 내가 주로 가는 곳이 '유아휴게실'이다. 유아동 담당이다 보니 매장 근처에 있어서 문제가 생겨도 달려갈 수 있고, 잠깐잠깐 쉬기에 좋다. 유아휴게실에는 몇 개의 소파와 수유쿠션, 기저귀 갈이대, 손을 씻는 곳도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 왔을 때 여기서 이유식도 데워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했던 곳인데, 이제 공사를 하며 중간에 쉬는 곳이 되어 버렸구나..."

마음이 이상했다.

졸음만 올 뿐 잠은 오지 않는다. 커피 한잔을 들이키고 다시 일어나 현장을 보고 잠깐 자러 숙소에 간다. 새벽 6시쯤 다시 매장으로 오면 조명이 들어오고 선반까지 깨끗하게 닦인 매장이 세팅되어있다. 밤새도록 일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한다. 플레이를 1.5배속 정도는 한 것처럼 빨리 움직인다. 졸며 일하는 듯한데도 시계를 확인하며 긴장해 있다. 보통 10시 정도, 마무리를 하고 촬영을 하며 10시반 정도, 백화점 오픈 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나오면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필요한 사항 체크하고, 매니저님 교육하고 움직이려면 피곤에 쩔어 배고픈 내모습을 발견한다. 사실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추어 잘 차려입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쇼핑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뭔가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 있는 내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엄마, 엄마,,,"라는 작은 아기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환청이라도 들은듯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도 있었다. 처음 몇 달은 그랬다. 어제 잠깐 안자있었던 유아휴게실에도 아기들과 엄마들의 웃음 소리와 울음 소리가 섞여 왁자지끌하다. 주말의 나의 모습 같다.






업무 보고를 마치고, 이른 퇴근을 하며(밤을 꼬박 샜으므로) 내 마음과 발은 또 빨라진다. 일단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밖에 나온 김에 헨리 필요한 것들 좀 사고, 반찬거리, 간식거리 사고 집에 가서 씻고 오늘은 엄마가 하원할 때 데리러 가면 깜짝 놀라겠지? 이런 생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시계를 본다. 마음은 몇 시간이라도 푹 자고 싶지만,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 얀손에 짐을 가득 들고 집에 들어가 부석부석한 머리를 감고 보니 하원시간이다. 또다시 무거운 다리를 끌고 서프라이즈라도 하려는듯 어린이집으로 간다. 헨리의 모습이란 기쁨을 넘어 놀라움이다. 그럴리가 없다는 모습의 아이를 안아 주며 데리고 와 따뜻한 밥을 먹으며 알아듣지도 못할 끝없는 이야기를 반쯤 졸며 듣는다.

"낼 모레 토요일에 엄마랑 '트니트니' 가자~"

나도 주말에는 백화점 한쪽 유아휴게실에서 기저귀도 갈고, 이유식도 먹이며 옆에 앉은 엄마랑 웃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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