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팀장님 Nov 30. 2021

낙하산이라는 분과 슬기롭게 일하기 _1


일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낙하산'이라는 분(?)이 가끔 등장한다.

우리 부서에 혹은 유관부서에 그런 분(?)이 가끔 있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내가 대리 정도였을 때였다.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께서 딸을 우리팀에 보내셨다. 미술을 전공한 딸이 현장에서 먼저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대학을 갓 졸업한 A가 입사한 날, A를 데리고 회사에 인사를 다니는데, 이런~ 나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오래 다니신 분들은 한결같이 "많이 컸네~"를 연발하셨고, 왠만한 분들은 신입사원에게 어중간한 높임말을 썼다. 


첫 사회생활이라 그런지 A는 옷이며 구두며 이쁘게 꾸미고 다녔다. 출근은 정말 빨리 했고, 퇴근은 늘 사장님과 함께 했다. 친한 또래 디자이너들이나 영업부들이 말조심을 하라고 했다. 뭐든 오너 귀에 들어가니 절대적으로 말조심하라고 했다. 특히 회사의 불만은 절대로 말하지 말고 동료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A가 워낙 활발하고 말을 잘해서 오히려 안들어도 될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출장가서 공사 기다리며 밥도 같이 먹고, 새벽에 밤에 작업하면서 함께 지내다 보니 언니 동생처럼 수다가 늘어나고, 주말에도 서로 통화하며 친해져 버렸다.


다만 매장이나 혹은 A가 사장님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매니저의 경우, 회사에 대한 말을 하며 실수랗 때가 가끔 있었다. 나는 대체로 많이 듣고 객관적으로 답하고, 유관부서에 필요사항을 연결해 주는데, A는 철저히 회사입장이었다.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았다. 어떨 때는 창고에서 A를 모르는 직원들이 A의 부모님 욕을 해서 여러명이 난처한 적도 있었다. 모르는게 약인 경우가 이런 경우같았다. 


내가 대략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대리님, 우리 A가 오늘 몸이 안좋아서 외근을 못갈 것 같아."

"대리님, 이번 주에 집안 행사가 있어서 A가 출장을 못갈 것 같아"

"대리님, 우리 A가 어제 감기에 걸렸는데 코디북 촬영할 때 추운데서 했어?"

"대리님, 밑에 차가 기다리고 있는데 A 좀 먼저 퇴근시켜줘."

"우리 A가 대리님이 넘 좋대, 우리 딸한테 더 많이 가르쳐 줘."

주로 이런 대화는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