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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팀장님 Jan 04. 2022

패션회사 1년 공백이면 아웃이예요, 모르세요?

헤드헌터에게 뼈 때리는 말을 들었다





출산 예정일은 39살, 8월이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모유수유(완모)를 18개월 이상 하고 아이와 놀아주며 건강한 이유식과 놀이 등을 하며 나름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지냈다. 늘 시간에 허덕이면서도 뭔가 갈증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 내 손으로 잘 키워 보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나보다. 무엇보다 학교 졸업 후, 출산 전까지 내가 번 돈으로 나의 필요를 채워가던 경제 생활이 위축되며 자존감도 많이 쪼그라 드는 것 같았다. 아이가 뛰어다니기 시작할 무렵엔 더 마음이 요동쳤다.


조금씩 자리를 찾아 구직을 시작했다. 신중하게 해야했다. 아이가 있으니 시간에 더 신중하게 되고, 집과의 거리가 더 중요하게 되며, 경제적인 부분도 더 꼼꼼히 따졌다. 헤드헌터 몇 분과 대화를 하며 두어 번 면접을 보게 되었다. 사실 면접 기회는 많았지만, 면접 때마다 화장하고 차려 입으며 아이를 맡기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면접보러 갈 브랜드의 시장조사를 미리 준비해야하는 시간적인 부담과 준비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했다. 1차 면접에 합격하더라도 최종 면접을 또 봐야했다. 나는 가능한 결정권자의 면접을 보기를 원했고(난 팀장급 이상이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면접보기 전에 회사의 상황과 복지에 관해 충분히 알아보기를 원했다. 모유수유 중이어서 거리가 먼 곳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면, 수유 패드가 젖어서 냄새도 나고 무엇보다 옷에 비쳐질까 걱정도 되던터였다. 모유수유 중이라 유축기로 젖을 짜놓고 아이를 맡기고 빨리 다녀와야했다. 면접에 합격하더라도 이것저것 따지며 입사를 하지 않기도 했다.


나의 이런 행동이 한 헤드헌터를 불편하게 했던가,

어느날, 뼈 때리는 말을 들었다.


" 팀장님, 패션회사 1년 공백이면 아웃이예요, 모르세요? "


아,

현실을 잘 아는 헤드헌터에게 정신이 번쩍드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내 나이 41, 뭔가 깨달아야 했다.

업을 하는 일에 신중함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어야 했다.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선배들과 인터넷을 서치하며 40대 초반의 워킹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비관적이었다.

시간을 생각한다면 연봉을 조금 포기해야 하며 무조건 집과의 거리를 따져봐야 하며, 무엇보다 실제로 회사를 다니게 되면 생각보다 엄청 힘들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된다면 최대한 버텨보라고 말했다. 가장 진심어린 충고가 그랬다.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한 친구들은 육아하며 아이나 잘 키우라 했다. 생각보다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며 둘째는 안 가질거냐고 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헤드헌터의 콜이 뚝 끊겼다. 한동안 초조하고 위축된 마음으로 걱정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정해야 했다.

3년 전의 내 연봉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17년차 정도의 차장, 팀장급이었지만 10년 조금 넘은 과장레벨의 연봉으로 낮아지기로 했다. 어차피 VMD업무는 출장, 새벽, 야간 작업 등이 많은 직업이라 시간도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회사와 집이 조금이라도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경력으로 괜찮은 회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 마음은 낮아질대로 낮아진 것 같은데 너무 뜸해진 콜로 인해 불안하기까지 했던 시간들이 계속되던 어느날, 연락이 왔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막상 면접을 가 보니 집과의 거리도 가까웠다. 면접도 순조롭게 잘 본 것 같았다. 다음 날, 출근 통보를 받았으나, 연봉이 문제였다. 당시 3년 전, 받던 연봉보다 천 만원이나 낮은 연봉으로 협상이 되었다. 아무리 밀당을 해도 “3년 공백이 너무 크다” 는 말 앞에서는 나의 주장을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1주일 뒤 출근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제일 먼저 모유를 중단하고,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경력 단절을 깨고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일주일의 시간은 쏜 살같이 지나갔고 차가운 겨울 바람이 아직 남아있는 2월 중순의 어느 날, 3년 만에 출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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