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 너 참을 수 있어. 기다릴께. 같이 가자.
며칠 전 우연히 강의를 들었다. 아니, 보았다.
김미경TV에서 김미경 강사가 강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는 걍의였다.
본인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강의라.. 얼마나 공감이 돨까 싶었다.
마무리 무렵, Q&A 시간에 어떤 분이 질문을 했다.
"사람이라면 다 때려치고 싶은 때도 있을텐데,
그 때 어떻게 극복하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 난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질문자가 정말 아직 어리거나 초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을 때리는 한 마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극복 안 했어요
"이건 내 생계라서 함부로 못 때려쳐요, 내가 살아가는 도구라구요. 나한테는 보다 처절하고 중요한 이유에요, 이게. 중요한 건 내 애들도 이 돈으로 컸고, 집도 샀고, 나를 먹여 살려줘야 된다고 생각했고 쭉 간 거예요."
"그 이유는 뭔지 아세요? 내가 이 직업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즐길 때까지 해야지 그걸 즐길 수 있어요. 내가 이 직업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직업을 키워 버려야 돼요. 그 다음 도약, 도약, 중간 도약하는데 되게 애를 써왔고 그래야 내가 얘를 끝까지 즐길 거 아니에요, '괜찮아, 나 너 참을 수 있어. 기다릴께. 같이 가자.' 이 직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때까지..."
20년이 넘게 한 가지 일을 한는 것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년이 넘도록 한 가지 일 밖에 못하는 것이 때로 이해가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패션 회사 뿐 아니라 가구, F&B 등의 VMD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니면 패션 회사의 마케팅, MD,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기승전 VMD라니,,,
나 정도면, 마네킨 정도는 눈 감고도 휘리릭, 도면 정도는 발로도 쓱 그려야하지 않을까.
늘 바뀌는 새로운 것 앞에서 두렵기도 하고 주눅들기도 하며 이 시간을 지내왔다.
이직을 자주 하며 직급과 연봉으로 몸값을 올리는 동료와 후배를 많이도 봤다.
나는 결단력이 없었는지, 나만의 기준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잦은 이직이 없어서 이력서가 정말 심플하다. 그렇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경력관리 잘 했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또래보다 직급이나 연봉이 높지는 못했다.
서울에서 혼자 살며 직장을 다니다 보니 모든 생활의 중심은 '일'이었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도 옷을 차려입고 새로 오픔한 백화점, 쇼핑몰을 다녔고, 시즌이 바뀌면 꼭 핫플레이스의 신상들을 직접 보러다녔다. 또 신상 영화와 뮤지컬은 꼭 봐야했고, 맛집은 다 다녔다. 해외출장, 해외여행도 중요해서 많이도 다녔다. 생활이 '일'이고 '일'이 생활이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이 키워졌던 것 같다. 내 영역과 연결된 부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까지 우려 먹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내 직업이 내 생계라서 때려치울 수 없었다. 그것으로 월세,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를 내야하고 자동차 기름을 넣어야 했고, 휴대폰비, 인터넷 요금 외에도 먹고 자고 시간 보내는데, 공기 말고는 다 돈이었다. 돈을 모아 월세를 전세로 전환했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강의를 보며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나는 무엇을 하며 내 인생을 보낼까,,,라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오피스텔에서 고민하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물어볼 데도 없이 그저 혼자 머리만 복잡했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일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던 이유들을 거침없이 뱉어주는 강의를 들으며, 지금 내 마음과 너무도 똑같다. 당뇨병은 완치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당뇨병은 평생을 함께 가며 조절하며 친구처럼 지내다 함께 죽는 병이라고 했다. 내가 일을 오래 하려면 '일'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좋든 싫든 친구처럼 함께하며 그냥 즐겨야 한다. 너무 좋아서 밤새 수다를 떨어도 부족함이 없던 친구가 어느 날은 조금 거리를 두게 되는 것처럼 '일'도 그렇게 해야 오래 하는 것이다. '일'을 즐길 때까지,,,
"내가 이 직업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직업을 키워 버려야 돼요. 그 다음 도약, 도약, 중간 도약하는데 되게 애를 써왔고 그래야 내가 얘를 끝까지 즐길 거 아니에요, '괜찮아, 나 너 참을 수 있어. 기다릴께. 같이 가자.' 이 직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