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추억이다.
추억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정말 많은 글들이 찾아진다. 부모님과의 추억, 가족, 친구, 음악, 음식 등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하게 살아온 나에게도 가슴 아프게 쓰린 추억도 혼자 히죽히죽 웃게 되는 귀여운 추억도 있다. 떡볶이를 봐도 이야기가 있었고 동네 공원에도 삶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한 영혼 한 영혼이 귀하고 그 어느 하나 헛된 삶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만든 추억들이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들이 다 추억이고 삶이었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헛되고 덧없는 삶은 없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사는 게 바쁘단 핑계로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와의 추억은 점점 무뎌져 간다. 그러다 얼마 전 보게 된 예능프로그램에서 김범석이라는 종양내과 교수가 기억에 남는 환자를 떠올리며 이야기하는데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다. 환자는 평생 양말공장을 하시며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셨다고 한다. 폐암으로 입원하게 되고 안타깝게 상태가 나빠져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호스피스 병동은 우리 아버지도 마지막에 계셨던 곳이기에 잘 안다. 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게 병원에서 배려해주는 병동이다. 이곳으로 간다는 건 거의 의식이 없고 마지막 감각기관인 청력만 남은 상태이다.
그 환자분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게 되고 아직은 청력이 살아 있으니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드리면 편하실 거라고 가족들에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느 날 생전에 좋아하시던'땡벌'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난 이제 지쳤어요.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추워요.'라는 가사가 너무 슬펐다고 한다.
한 아버지의 삶이 담긴 '노동요'였기에 다르게 다가왔다는 것이다.'오랫동안 생계를 책임지느라 지쳤다. 마지막 가는 길이 너무 춥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가족들과 한참을 부둥키고 있었다고 한다. 이 환자분의 가족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의 삶을 마지막을 가슴 아픈 기억으로 추억할 것이다. 나도 비슷한 추억이 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음주가무를 좋아하시고 이야기하시는 것도 좋아하셨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와 노래방을 자주 가셨다. 나의 학창 시절 즈음에 노래방에 가면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서 테이프로 만들어 주는 게 있었다.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잘 보내드리고 어머님이 서랍 정리를 하다 주섬주섬 박스 하나를 꺼내시더니 오디오에 테이프 하나를 꺼내서 트셨다. 평소에 아버지가 노래방에서 열창하시던 18번 노래'추풍령'이 흘러나와 엄마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박스 안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 테이프가 소복이 담겨 있었다. 날짜와 제목도 꼼꼼히 적어놓으시고 우리에게 너무 슬퍼하지 말고 가끔씩 기억해달라고 우리에게 주고 간 선물이 아닌가 싶다. 처음엔 슬퍼서 듣는 게 힘들었지만 흐르는 세월에 맘도 기억도 무뎌지나 보다. 지금은 어머니랑 가끔 웃으며 아버지를 추억하며 듣는다.
아버지의 삶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추억이 됐다.
우리는 하루하루 추억을 만들며 살아간다. 비 오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침개를 만들어 먹던 것도 만화방에서 만화 보면서 떡볶이를 먹었던 일도 지나고 보면 추억거리다. 그런 추억이 쌓여 나의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우리 아들들이 나를 보며 추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멋지게 남기고 싶다.
남은 날들에 멋진 추억을 위해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