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브런치는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
우리 가게 브런치는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
종류는 한 가지이지만 메뉴가 바뀐다. 먹어보고 체험해야 한다는 창작의 고통 끝에 나오는 자식 같은 메뉴들이다. 내가 만들어낸 메뉴들도 있지만 때로는 이미 만들어진 역사가 깊은 브런치를 만들 때도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좋아하는 분들도 확실히 많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뉴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에그 베네딕트’이다. 그만큼 맛도 있다. 잉글리시 머핀을 살짝 토스트 하고 수란과 노란 홀란 데이 소스가 올라간다. 거기에 햄이나 베이컨 야채 등을 첨가해 먹는 음식이다. 에그 베네딕트가 생겨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
1860년대 뉴욕 맨해튼 남쪽에 있던 델 모니코스(delmonico’s)라는 레스토랑에 자주 오던 르브랑 베네딕트 부인이 매일 먹는 요리가 식상해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자 주방장이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주방장은 부인의 성을 따서 에그 스탈라 베네딕트(Eggs a la Benedick [Uefa a la Benedick])’라 이름 붙였고, 1894년 그의 요리책‘더 에피큐리언’(The Epicurean, 미식가)에 이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도 있지만 이게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 요리를 처음 먹어보는 베네딕트 부인도 한입 먹고 ‘올레(ole)를 외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가게도 이 요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이 지긋하신 일본인 할아버지가 계셨다.
어느 날 허름한 배낭 하나 메고 금테 안경을 끼시고 편안한 복장으로 밖에 메뉴 간판을 한참을 보시더니 나와보라는 손짓을 하셨다. 속으로‘바쁜데 왜 부르시지? 문의 있으면 들어오시지’하고 볼멘소리를 내었었던 기억이 난다. 바쁘고 정신이 없다 보니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때였을 것이다. 주문이 밀려있던 나 대신 마침 일을 도와주러 온 새언니가 나가 보았고 영어로 오늘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으셨다고 했다. 다행히 새언니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새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으시고 이야기하시던 게 생각이 난다. 일본인이신데 일 때문에 한국에서 잠시 생활하는 중이시라고.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셔서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고 한다. 괜스레 죄송한 맘이 들었었다.
그렇게 첫날은 그날의 메뉴 브런치를 드시고 가셨다. 그 후 할아버지는 토요일 오전에 주로 오셨는데 몇 주가 흘러 에그 베네딕트가 메뉴인 날 오시게 되었다.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할아버지에게 오빠는 일본어로 불편하지 않게 응대해드렸다 ‘오늘 메뉴는 에그 베네딕트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무뚝뚝했던 표정에 금세 함박웃음이 가득해지시면서 주문하셨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며 정말 신나 하시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맛있게 싹 다 비우고 연신 잘 먹었다고 인사하시고 가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순간이 뿌듯하고 보람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 요리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행복 요소가 아닐까 싶다. 배가 너무 고플 때 맛있게 끓여 먹은 라면 하나에도 그 순간만큼은 최고로 행복한 시간일 테니까. 할아버지께서도 에그 베네딕트를 드시는 순간만큼은 행복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으로 귀국하셨을 그 할아버지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눠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