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에서 4일 동안 살아보기.
두 번째 날, 아침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글쓰기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다. 여행을 오면 알람을 맞추고 자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투어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여행의 힘일까. 하루가 아까워서 내 몸이 알아서 일어난 듯하다. 쨋든 일찍 일어나서 다행. 준비할 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으니 글을 좀 써볼까.
1층, 아침인데 벌써 햇빛이 강렬하다.
일렁이는 빛 조각들.
세상에 나와 내 작품만 남는다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노트북 하나 들고 1층으로 내려가 글을 썼다. 어제 어떤 일을 했는지도 금세 까먹어버리는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간단한 단어만이라도 메모해두는 편이다. 특히 이렇게 여행 에세이를 남기고 싶을 때는 더욱더. 또 그런 나를 기록하기 위해 영상으로 담아둔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 지금 이 브런치 글도, 유튜브 영상들도 모두 나의 18년, 19년..... 기록하기 위해 하고 있어서 지루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가수, 빌리 아일리쉬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세상 사람들을 위해 나를 만들다가 나와 내 창작물을 제외하고 세상 것들이 다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남을 위해 만든 작품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그래서 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내는 그녀가 생각난다. 나의 고집일 수 있지만, 남의 입맛에 맞추기보단 좀 더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려고 고심한다. 그게 제일 어렵지만... 뭐 여하튼, 숙소 1층에서 글을 쓰면 집중이 잘된다는 거! 다음 여행에도 꼭 이렇게 해야겠다.
일렁이는 빛 조각 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아차, 벌써 시간이 이렇게.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가방 하나 질끈 메고 바다로 뛰어들기로.
현지인, 관광객들 모두 즐겨한다는 호핑투어. 사방이 바다인 곳에서 스노클링도 하고 배 타고 다른 섬도 구경하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호핑투어를 마치고는 쭉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끔 포켓와이파이 배터리가 없어서 꺼지면 폰은 카메라 역할로 최선을 다했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아 오히려 더 이곳의 삶에 집중하기 좋았다. 우리는 4일이라는 기간 동안 여행으로 여기에 왔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계속 해왔을 거라는 생각에 신기했다. 같은 하늘 아래 모두 다른 생활,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아직 꿈만 같다. 오늘은 투어를 했지만 이제 해변을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시간
해가 지는 해변의 모습은 눈으로 담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그 안에 담기고 싶어 하지 않은가 보다, 풍경들이. 경이롭다는 말만 되뇌던 우리. 사실 첫날에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우리는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여기저기 담느라 바빴다. 언제 다시 와보겠느냐, 와 진짜 너무 예쁘다,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제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카메라가 소용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건 직접 봐야 해 정말. 이 날부터 해가 지는 해변의 풍경을 오로지 눈으로 담기 시작했다. 역시 지금 사진으로 다시 봐도 그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의 벅차오름은.... 이렇게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시간, 청춘에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 지금이라도 이 천국 같은 곳을 알게 되었다는 것. 나의 26번째 책에 가장 눈부시게 기억될 순간이 되었다.
한 달 살기의 꿈
어디에선가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 생각을 더 굳게 만들어 준 곳이다. 그저 여유롭고 조용한 휴양지의 이미지였던 이곳은 나에겐 반전 매력을 뿜어댔다. 바쁘고 활발한 삶을 살아가는 중에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 내년 초에 한 달 살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꼭 해변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다짐했다. 코 끝을 찡긋하게 하는 바다의 짠내와, 바람에 몸을 맡기는 키 큰 나무, 탁 트인 수평선 넘어 뜨고 지는 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가오는 풍경에 쿵쾅거리던 내 심장을 잊지 못해서.
건물 속을 헤쳐나가면 보이는 오아시스.
이곳의 반짝거림처럼 나도 닮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