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를 중심으로 살펴본 스니커즈 시장의 변화
최근 들어 스니커즈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나이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인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니커즈 시장에서 의심할 바 없는 no.1 브랜드였던 나이키가 이제는 예전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아티클들을 왕왕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는 비단 느낌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검색량의 추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불과 23년도 초까지만 해도 나이키의 야성은 타 브랜드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었으나, 23년 하반기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24년 인근부터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타 브랜드와 차이가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나이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신인에 가까운(?) 온 이나, 호카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기까지 합니다. (25년 초반은 전체적으로 부진한 스코어인듯합니다만.. )
이와 관련하여, 이미 이런저런 아티클과 신뢰도 있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체감한 몇가지 원인들을 한 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보통 한정판의 선호도가 높고, 비싼 리셀가를 형성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HYPE 하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나이키는 스니커즈 씬에서 이런 문화를 선도한 브랜드이기도 하며, 다양한 브랜드 &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통해 나이키 한정판 = 당일 완판이라는 인식과 발매가 대비 10-20배까지 뛰어오르는 거래가들을 형성하여 고객들로 하여끔 내 스타일과 관계없이 '나도 한 켤레쯤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었죠.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나이키의 한정판들에서 유사한 미사 어구들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인근부터 서서히 올라갔던 조던 브랜드의 인기, 그리고 에어맥스 시리즈와 몇몇 콜라보 제품으로 이어가던 신발들은 세세하게 보면 다를지 몰라도 각각의 한정판이 아닌 5년 주기로 출시하는 그저 그런 신발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브랜드가 애플과 나이키이고, 실제로 그들의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그들의 가치를 신선하고 인상 깊게 보여주곤 합니다.
하지만, 같은 플레이라도 애플과 나이키가 갖는 큰 차이점은 바로 <기능성> 에 대한 부분인데요.
애플의 아이폰과 맥북은 그 디자인에서 신선함이 없다고 비판 받을지언정, 기능적인 부분과 퍼포먼스 면을 새롭게 개선하며 자신들의 고객 페르소나 ( 아티스트 / 크리에이터 / 개발자 등등 )들이 사용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나이키는 어떨까요?
클래식 실루엣과 소재를 강조한 탓에 레트로 스니커즈는 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소재를 쓰거나 변형을 준 사례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이라 역시나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과 it 기기들은 매년 표준 스펙이 오르는 만큼 신형으로 바꾸는 것이 거의 강제적입니다.
하지만 스니커즈는 한 번 구매한 스니커즈를 또다시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목적 구매가 아니라 그 스니커즈 자체가 목적인 것이죠.
한정판 전략은 여전히 패션계에서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만드는데에 유용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의도한 바인 지 아닌 지는 나이키 내부의 브랜드 전략을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만,
현재 나이키에서 출시되는 제품의 생애 주기는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1)한정판 출시(소량) -> 2) 유사한 일반 상품 출시 (대량) -> 3)한정판과 일반판 교차 재입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는 생산량 - ( 판매량 x 마케팅 ) 구조의 방식으로
결국 생산량을 제한한다는 게 핵심 전략입니다.
이 방식의 문제 점이라 한다면,
1) 인기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점점 수량 조절 위주 플레이로 변질
2) 매출 볼륨 확보를 위해 인기 제품에 대한 발매 & 재입고 반복
3) 대체 가능 제품이 줄어들며 프리미엄 감소
앞서 출시한 한정판의 에너지가 떨어지기 전까지 다음의 대세를 이끌 수 있는 제품이 나와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중의 관심도와 취향을 모두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프리미엄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기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리셀 시장을 만드는 데에 큰 일조를 하였고 실제로도 자사 상품에 대한 프리미엄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의미하다 생각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리셀 플랫폼에서의 판매가와 구매가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워질수록, 해당 제품의 실제 판매가가 동 가격대의 하이엔드/디자이너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에 거래되는 나이키의 스니커즈의 정가가 사실은 10만 원이라도
소비자 입장에서의 선택지는 100만 원으로 체감되며
100%는 아닐 지라도, 소비자는 100만 원에 대한 기대치를 기반으로 제품 구매 이전 단계부터 이후 단계까지 판단하게 됩니다.
아무리 나이키가 제품을 잘 만든다 하더라도, 100만 원대 스니커즈의 생산 퀄리티&소재와 비교하긴 어려운 상황이 많겠죠.
소비자도 머리로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비용을 치루고 구매한 제품의 프리미엄이 떨어지면서 구매가 대비 가격이 급감하거나 유행이 바뀌는 경험은 꽤나 씁쓸한 느낌이고, 스니커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은 이제 대부분 그 경험을 한 이후거든요.
역으로 정식 판매가가 높은 살로몬의 XT-6 ( 정상가 기준 약 30만원 ) 의 가격대가 고객들에게 쉽게 수용될 수 있던 이유도 그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의견들을 기반으로 작성된 만큼 이견이 있을 부분들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공감받을 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장의 분위기나, 브랜드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기에 쉬운 환경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더 멋진 스니커즈를 선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