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관성적으로 읽지는 않았는가
심사 위원 이전의 순수한 독자의 마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문장 뒤에 숨겨진 각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삶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슬프고, 때론 근사하고, 때론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글을 투고한 여러분의 삶이 시시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장 뒤에 있는 삶은 모두 근사했다. 그것만은 잊지 마시길 바란다.
말보다 글이 더 자신 있다. 대답할 차례가 돌아오면 머리가 굳어버리고 당황하느라 자주 말실수를 한다. 글은 실수할 염려가 없다. 사람 앞에 선보이는 순간까지 고치고, 실수를 뒤늦게 깨달아도 얼른 지우면 되니까. 물론 그다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글이 더 좋은 것도 있다.
이제까지 글이 내 인생을 새로운 곳으로 옮겨다 주었다. (말은 오히려 수렁에 몰아넣으면 넣었지,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녀석이었다) 최근에 입사를 위해 쓴 자기소개서도 얼마나 평소에 생각이 많았던지 10,000자를 거뜬히 넘었다.
글쓰기에 크게 거부감이 없고 내심 속으로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느끼고 있던 내가 올해 초에는 쓸 이야기가 없어 허덕였다. 목표가 없었을 때는 허송세월하느라, 목표가 생기고 나서는 너무 일에 몰두하느라 책에서 영감을 받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한동안 글감 고갈 상태로 지내다가, 북클럽에서 알게 된 지인이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을 나가보라고 권했다. 나는 무엇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은 많지만 게을렀던 내가 어떻게 원석 같은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나름 담담한 어조로 고백한 글이 탄생했다.
캬~, 내 머리에서 이런 글이 나오다니! 간만에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내가 쓰는 글이 가진 단점이 어느 정도 극복된 군더더기 없는 글. 이 정도면 높은 순위로 입상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심사위원의 성에 차지는 않았나 보다. 이번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A4 한 장 분량의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생각에서는 5월호를 보내준다. 여기에 순위 안에 든 글이 실려 있는데, 와... 확실히 내가 쓴 글에서는 느끼기 힘든 삶의 애환과 웃음이 녹아 있다. 이번 대회에 낸 글이 역대 최대인 6천여 편이라고 하니, 여기에 어쭙잖은 글 들이밀고 입선을 바랐던 내가 어리석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열심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리지만, 문득 책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안 읽으면 뒤처지니 느끼지 않고 후루룩 읽는 데에만 집중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본다. 책과 글을 더 사랑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