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부터 실패가 아니었을까.
마치고 싶다. 여기는 전구 하나, 공원 하나 없는 곳.
여기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태어남은 선택이 아니기에 어쩔 순 없다.
이름에 색깔이 있다면, 내 이름은 무색이다.
나는 취향이 없다. 아니 취향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내 이름은 무색이다.
일어남이 즐겁지가 않다. 즐거움이란 감정은 딱 1번 느낀다. 빛 한줄기를 종종 구경한다. 구경이란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 빛은 크지 않다.
이 크지 않은 빛 한송이, 내 유일한 즐거움이다.
"당신도 죄가 있소? 쯧쯧 젊은 양반이"
"아니요, 난 여기서 태어났소"
"그걸 믿으란 거요? 내가 80을 살았어, 근데
당신은 처음이군"
"난 무리와 섞이지 않소, 그리고 당신이
아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잖소"
세상의 전부도 아닌 싱거운 다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바라지를 못한다.
무죄의 증명은 내 숙원이지만, 소망을 품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게 아닐까.
'10, 9, 8.. 6.4.2'
뭘 빠뜨렸지?
숫자 하나 제대로 셀 줄 모르는 동기들과
도저히 희망찬 대화라곤 하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이곳에서 희망에 빠지기보다는,
절망에 빠지고 있다.
바빠지기보다는, 한가함이 많다.
이곳은 즐거움보다는, 즐비함이 많고
웃음보다는, 우울이 많다.
나가야겠다. 내가 더 싫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