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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뚜로 빼뚜로 Nov 26. 2021

픽사버젼 미생, <몬스터 근무일지>

그레이의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지난 12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정식 런칭되었다. 발빠르게 ‘디즈니플러스’ 구독을 시작한 필자 또한 디즈니가 선사하는 ‘꿈과 희망의 나라’에 빠져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다. 그중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몬스터 근무일지(Monsters at Work)>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시퀄격인 <몬스터 근무일지>는 한 편당 20분 정도로 제작된 단편 시리즈로, 시즌 1의 에피소드는 총 8개이다. 이 작품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인 '마이크'와 '설리'가 회사의 비리를 밝혀내고 새로운 CEO로 취임한 직후의 시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몬스터 근무일지>는 회사의 CEO가 된 '마이크'와 '설리'의 이야기가 아닌, 회사에 막 취직한 신입몬스터 '타일러'의 이야기이다. 즉, 신입직원의 눈물겨운 회사 적응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몬스터 근무일지>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 특히 첫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수많은 미생들을 위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몬스터 근무일지> 시즌 1의 8개 에피소드

주인공인 '타일러'는 아이들의 비명 에너지를 가장 잘 뽑아내는 겁주기 선수이자 몬스터 대학의 수석 졸업생이다. 늘 에이스였던 그는 자신의 재능을 한껏 발휘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회사에 첫 출근을 한다. 그러나 회사의 운영 방식(비명 에너지가 아닌 웃음 에너지 수집으로)이 변경되면서, '타일러'는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 구석탱이 시설팀(MIFT: Monsters Incorporated Facilities Team)으로 배정된다. 

천하의 '타일러'가 구질구질한 시설팀이라니!! '타일러'는 이 사실이 믿을 수 없다.      


시설팀(MIFT) 직원들: 발, 커터, 덩컨, 프리츠(팀장), 타일러

안그래도 서러운 와중에, 시설팀 직원으로 만난 대학동기 '발'은 '타일러'에게 이런 멘트를 날린다. 

"웃긴다, 난 대학 때려치웠고 넌 졸업했는데 결국 같은 데서 일하잖아" (발...눈치챙겨) 

눈치없이 해맑기만 한 '발'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별종인 시설팀 직원들은 '타일러'를 진절머리치게 만든다. 시설팀 직원들은 신입을 위한 이상한 환영의식에 집착하고, 망가진 자판기의 장례식을 치뤄주는 등 온갖 기괴한 일들을 일삼는다. 시설팀을 루저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하는 '타일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설팀과 구분짓는다. 시설팀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고, 자신같은 에이스는 금방 저 위에 있는 ‘웃기기 층’으로 올라갈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신입사원 환영의식 (우측화면 속 불기둥은 <니모를 찾아서>의 "Ring of Fire"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타일러'의 첫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타일러'는 '웃기기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틈틈히 유머책을 읽으며 개그력을 연마하고, '마이크'가 개설한 '코미디 클래스'에도 성실하게 참석한다. 하지만, 웃기는 재주는 타고나는 법. 공부한다고 쉽게 습득할리 만무하다.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부서이동을 강행하고자, '타일러'는 기회만 있으면 CEO인 '마이크'나 인사담당자인 '플린트'에게 어필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럴수록 실수만 연발할 뿐이다. 그와중에 승진욕구가 강한 '던컨'은 틈만나면 '타일러'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거나, 다른 팀원들과 '타일러'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한다.(MIFT에도 존재하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과연 '타일러'는 '웃기기 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작품은 신입직원인 '타일러'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다른 캐릭터들을 통해 직장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낸다. <3화: 훼손된 방>에서는 사고로 잠시 인간아기를 돌봐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마이크'와 '설리'의 육아공방이 벌어진다. 독박육아를 하게된 '마이크'는 '설리'에게 "넌 나가서 재미볼테니 난 갇혀서 애나 봐라"는 거냐며 화를 내는데, 이 장면은 흔한 맞벌이 부부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6화: 자판기 은퇴 소동>회사의 경영난으로 불어닥친 정리해고를 다루고있다. 시설팀 직원들도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자신이 해고자로 명명될까 불안해하기도 하고, 다른사람이 호명되길 바라며 타인의 실수를 지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비상상황 중에도 점심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커터'의 모습이라던지, 냉정함과 깐깐함의 최고봉인 조사관 '아거스'의 모습 등 직장생활에서 한번쯤 보았을 법한 현실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마이크'와 '설리'의 육아공방

         

첫 출근, 그리고 첫 직장생활.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툴고 힘든 경험일 것이다. 

특히나 자신과 맞지 않는 곳에서(또는 자신이 원치 않았던 곳에서)의 처음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혼란과 좌절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새내기 몬스터 '타일러'를 바라보며, 필자는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렸다.

웹툰 <미생>이 연재되고 있을 무렵, 필자는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필자의 첫 시작도 <몬스터 근무일지>의 타일러와 <미생>의 장그래 같았다. 내가 꿈꿔왔던 직장이 아니었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직장 내의 이방인이자 임시적 인물로 스스로를 위치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내가 맡은 일은 잘 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냉혹한 사회는 내가 승승장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고, '타일러'처럼 실수가 잦았다.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은 너무나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집단에나 존재한다는 ‘또라이’가 나의 맞선임이었다.(그 또라이도 덩컨처럼 자신을 드높이기 위해 나를 일못하는 천덕꾸러기로 만들었다.) 첫 직장생활 앓이를 호되게 하고 있을 무렵, 친구에게 추천받은 웹툰이 바로 <미생>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미생>은 실제 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몬스터 근무일지>도 많은 미생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주리라 믿는다.

직장생활로 매우 지쳐있는 당신이라면, 오늘 밤 <몬스터 근무일지>로 위로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드라마 <미생> : 1년간 고생한 장그래에게 오과장이 준 카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미생 여러분, 올 한 해도 견디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한달 남았지만ㅎㅎ)

그리고 나자신도 수고 많았어......따흙ㅠ

우리 모두, 올해도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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