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3, 2023> 리뷰
영화 <범죄도시3>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내일, 정확히는 5월 31일이 공식 개봉일이다. 그러나 석가탄신일과 대체공휴일이 연달아 있던 지난 주말에 약 50만 명의 관객이 유료 시사회 명목으로 영화를 관람하였다. 비겁한 꼼수인지 아니면 영리한 마케팅 전략인지 모르겠으나 영화 <범죄도시3>는 그동안 침체되었던 한국 영화의 구세주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15세 관람가 등급에 경찰이 승리하는 해피엔딩은 범죄 액션물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영화 나들이를 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단,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되면 좋겠다.
부캐 전성시대에 이만큼 자신의 부캐를 알뜰살뜰 활용하는 배우가 있을까. 배우의 본명을 거꾸로 뒤집은 경찰 마석도는 마동석 그 자체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넓은 어깨의 뒷모습 등장씬은 이제 범죄도시의 장르적 관습이 되어버렸다. 마동석이 보여주는 화끈한 주먹맛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고, 무수한 인터넷 밈을 생산하였다. 또한 이 영화로 강윤성 감독은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으며 40대 후반의 나이에 장편 영화 데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장첸 역의 윤계상, 위성락 역의 진성규가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범죄도시2>는 마동석이 나쁜 놈들을 때려눕힐 때마다 느껴지는 타격감이 전작보다 더 묵직한 사운드로 표현되어 관객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거기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방영 중에 개봉하면서 손석구의 빌런 변신을 기대하는 관객이 몰렸다. 코로나19로 개봉일이 뒤로 미뤄진데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지만 해외 촬영을 거의 가지 못했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2>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여 코로나 발생 이후 첫 천만 영화라는 시대가 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었다.
영화 <범죄도시3>는 진짜 한 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더 강해진 주먹은 여러 번 맛 보여줄 필요도 없어졌다. 진짜 한 방, 딱 한 방이면 커다란 덩치의 나쁜 놈들이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나가떨어진다. 3편 역시 여전히 법적인 처벌이 너무 말랑말랑하여 쌓였던 체증을 마동석의 참교육 한 방으로 뻥 뚫어버린다. 다만 전작의 빌런인 장첸이나 강해상과 같은 밈을 어느 지점의 대사로 만들어야 하는지가 조금 아리송하다.
범죄도시는 이제 세 편이 공개되었고, 아직 다섯 편이 남아 있다. 영화 <범죄도시4>는 벌써 촬영이 다 끝난 상태이고, 전편에서 무술감독으로 활약했던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소한 실패는 없는 가성비의 체인점 맛은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냈다. 관객석에서 터지는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주 잠시 걱정들이 싹 사라지는 것 같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