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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Dec 06. 2022

주인공이 아닌 나

22.12.1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직업 삼아하던 때가 있었다.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일하는 동안은 머릿속 스위치를 끄고 어떻게 지나가던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다가오는 퇴근 시간이면 전 날부터, 어쩌면 그 전 주부터 다이어리에 꼭꼭 적어둔 카페에 갈 생각에 머릿속이 서서히 밝아져 온다. 마치 내 진짜 인생을 지금부터야, 라는 기분으로.


쉬는 날이나 퇴근 후의 시간엔 꼭 카페에 들르곤 했는데, 그날의 그 시간만큼은 내가 그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누린다.


하지만 나는 이제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나 ‘주인공이 될’ 장면 속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가게를 막 열었을 무렵엔 그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손님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의 시간을 자꾸 챙기려 했었는데, 어느샌가부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소소하더라도 확실한 기쁨을 받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한다. 주인공이 아닌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손님의 시간을 빛나게 해주는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전히 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카페에 간다. 그곳에서 받아온 기운을 내 손님들에게도 전해주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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