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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Dec 07. 2022

커다란 스노우볼

22.12.7

적막한 동네에 한껏 연말 분위기를 내뿜는 책방이 꼭 커다란 스노우볼 같다.


이곳은 평일이면 주민분들만이 다니는 곳이라 화려한 가게나 소란한 분위기가 아닌데, 가끔 해가 진 이후에 가게를 지키다 보면 우리 가게만이 어둠 속에서 주황 불빛을 반짝이고 있을 때가 있다.


스노우볼, 혹은 돌아가는 오르골 속 빙빙 돌며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은 인형이 되는 나. 길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 기웃대고 가는 우리 책방이다. 그래서인지 책방지기로서 책을 만지작 거리며 서가를 정리하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무언가를 정이에 적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바깥을 의식하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무릇 책방의 완성은 사서의 행동까지 포함이지! 라는 생각으로.


겨울의 어둡고 조용한 거리에서 더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커다란 스노우볼. 아직은 내게 즐거움인 반복되는 동작들이,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행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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