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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Dec 08. 2022

책보다 책방

책방에 관한 묵은 기억

내가 좋아하는 건 책일까 독서일까, 어릴 때부터 집에는 책이 가득했다. 늘 주변에 있으니 책을 읽기도 많이 읽었다. 책도 독서도 좋아하고, 즐겨하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책방’이다.


어릴 때엔 엄마와,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혼자서 서점에 다녔다. 동네 중심상가 지하에 있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서점과 광화문 교보문고. 대형서점에 들어서면 곧바로 얼굴에 느껴지는 선선한 책 냄새를 좋아한다. 사춘기 시절 마음이 일렁일 때면 혼자서 서점에 갔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그때에는 한 시간쯤이야 짧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엄마는 책에 쓰는 돈은 아끼지 말라, 고 자주 말해주어서 사고 싶은 책은 무엇이든지 살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볼 때 보다 두 권의 책을 볼 때에 더 기분이 좋고, 큰 서점에서 내 키를 아득히 넘어서는 천장까지 가득한 책들을 보면 더없이 마음이 묵직해진다.


그러다 스무 살 무렵 혼자 떠난 제주여행에서 ‘미래 책방’이라는 아주 작은 독립 책방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독립 책방이라는 곳을 경험하며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 후로 서울에 돌아와서도,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어도, 심지어는 해외에 나가서도 무조건 책방에 들른다. 작은 책방의 매력에 푹 빠져서는.


작은 동네 속 더 작은 책방은 책방이 위치한 그 골목부터 그 동네, 나아가선 그 지역의 문화와 유행을 소복이 담고 있다. 대형서점에선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나에겐 큰 서점과 작은 책방 두 곳이 모두 소중해서 그냥 둘 다 자주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건 책보다도, 독서보다도, ‘책방’ 그 자체이다. 내가 책방 주인이 된 건 어쩐지 그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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