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난 참 도망치며 살았군요
내 인생은 언제부터 꼬이기 시작했을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19로 무너졌던 2020년.
2020년에 마흔을 맞으며 그동안과는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그야말로 불혹이 되었으니 이제는 지난날처럼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살아내 보겠다고 다짐했더랬는데 그런 다짐이 무색할 만큼 집 안에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다들 그랬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대어 보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또다시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2021년.
어제와 같은 오늘, 혹은 어제보다 못한 오늘이 될지도 모를 내일을 꾸역꾸역 맞으며 또다시 한 해를 보낼 수는 없다. 한 해의 끝자락을 맞을 때마다 반복했던 후회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 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걸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의미없는 후회와 회상으로 답답한 마음으로 모두 털어내고, 앞만 보고 나아가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지만
출산 후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이고,
전직 편집자였으며,
그전엔 오랜 기간 동안 바닥을 헤매던 취업 준비생이었고,
그보다 전엔 프로덕션에서 조연출로 일했으며,
더 훨씬 전엔 언론사 입사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던,
꿈꾸던 신문방송학과로의 진학 대신 인문학부에서 시작된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옆으로 조금씩 틀어지며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부터 한참 멀어져 버린,
내가 진심으로 원해 이루어 낸 것이 하나도 없는
내 인생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름답거나 대단하거나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그런 일들이 아니라,
나 혼자서 내 일기장 속에 감춰두고 영원히 말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실패의 이야기들.
다른 누군가에게 타산지석조차 되지 않을 어쭙잖은 이야기들.
싹 털어내서 정리하면 미련 없이 잊을 수 있을까.
어수룩했던 나를 위로하며 깊은 구덩이에서 기어올라 단단히 다져진 땅을 밟고 올곧이 서 있을
내일의 나를 위해,
그리고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나같은 '나'에게 바치는 이야기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