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문방송학과에 가려고 했는데

원하던 '학과' 보다는 '학교'에만 붙어버렸다

by 샐빛

유튜브도 넷플렉스도 없던 어린 시절, 해가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 할 수 있던 유일한 오락거리는 텔레비전 시청이었다. 언제나 텔레비전 앞에 바짝 붙어 앉아 있던 나에게 그렇게 텔레비전이 좋으면 그 안에 들어가 살라고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시력과 맞바꾸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텔레비전 시청은 내게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중에서 절대적이었던 것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는 로망을 심어준 것이었다.


1990~1994년까지 방송되었던 '우리들의 천국'부터, 1996~1999년까지 방송된 '남자 셋 여자 셋'까지 대학생활에 대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신문방송학과에 다녔고, 그걸 보는 내내 그렇게 신문방송학과에 가고 싶을 수가 없었다. 선남선녀들이 책을 가슴에 품고 캠퍼스를 누비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이십 대의 모습을 상상했다. 신문방송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도 없이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신문방송학과 진학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아마 내 인생에서 과학자, 검사 같은 직업의 이름으로 가졌던 꿈이 아닌, 무엇인가를 해 보고 싶은 설익은 욕망이 이끈 첫 번째 목표였을 것이다.


고3이 되고 대한민국이 절절매는 입시라는 숙제가 발등에 떨어졌을 때, 난 이미 진학하고 싶은 학과를 마음에 품고 있었으므로 기왕이면 신문방송학과가 유명하다는 대학을 목표로 삼았다. 하늘도 한 번은 도와주고 싶었는지, 고3 내내 보았던 모의고사보다 가장 높은 수능 점수를 받으며 내가 목표한 학교의 합격권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신문방송학과가 속한 사회과학부를 선택하자니 점수가 아슬아슬하고, 인문학부를 선택하면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을 점수대라 고민이 됐다. 정시가 아닌 특차 지원이었기에 떨어져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 빨리 입시를 끝내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인문학부를 선택해도 신문방송학을 '부전공'이 아닌 '복수 전공'할 수 있다길래 나는 앞으로의 진로가 달린 목표 달성의 문턱에서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방송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학과로의 진학보다는 일단 눈앞에 닥친 입시의 성패가 더욱 중요하니까. 나는 어렸고 다들 그렇게 했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앞으로 직진하는 것보다 돌아가는 걸 선택하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다. 아주 작은 발걸음이었지만 똑바로 가야 할 내 인생의 방향도 조금씩 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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