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샐빛 Jan 11. 2022

1. 언젠가는 가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라

남편이 하노이 주재원으로 간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잠시 하노이에 다녀 올 계획을 세웠다. 

언젠가는 가겠지만, 언제가 될지 사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의 학령기가 변수이자, 상수가 된 것이다.


애초에 남편과 나는 아이를 하노이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에 보내기로 합의를 했다. 사실 외국에 나가는 마당에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은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1년에 2000~3000만 원(물론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다) 가까이하는 학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회사에서 지원을 해 주는 학비는 너무 부족했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보내려면 못 보낼 것도 아니었지만 한 반에 절반 이상이 한국 학생(역시 학교에 따라 다르긴 하다)인 비영어권 국가의 국제학교에서 그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1학년부터 제대로 시작하려면 생일이 빠른 우리 아이는 8월에 1-1학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반면 하노이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는 한국의 교육 학제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내년 3월에 1학년으로 입학을 할 수 있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아이가 적응하기에도 수월할 것이기에 일단 안정된 환경에서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를 만나게 해 주자라는-사실 돈 없는 부모의 핑계를 앞장 세운 것에 불과하지만-것이 우리 부부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한국 학교 입학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 년에 2번 정해진 기간에만 신입생 접수를 받는데 워낙 희망자가 많아 모집 인원보다 접수 인원이 많으면 추첨을 해야 하고, 재외국민등본을 내야만 접수를 할 수 있기에 나와 아이가 출국을 해서 도착비자를 받아 재외국민등록을 해야 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특별입국을 통해 꽤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입국을 해야 하고, 베트남에서 2주, 돌아와서 한국에서 2주 격리를 해야만 하는 복잡한 과정도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한국 학교에 들어갈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지금 고생해서 입학 확정을 해 놓으면 내년 3월에 맞춰 천천히 들어가면 되기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5월에 들어가 학교 접수를 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잘만 들어가던 특별입국이 내가 들어갈 회차가 되면서부터 지연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 상황의 악화로 계속 입국 허가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격리기간이 4주로 확대되면서 입국 비용도 증가하고, 시간도 더 소요되게 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 호텔방에서 4주를 격리하다가는 아이와 나 모두 미쳐버리는 것은 아닐지 계속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내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듯이 학교 접수 마지막 날까지도 입국 허가는 나지 않았다.  업체에 지불한 계약금과 함께 장밋빛으로 그려보았던 학교 입학 기회도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베트남 이주 전 해야 할 가장 1순위 일인 아이의 학교 확정과 더불어 출국 시점도 결정지으려던 내 계획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남은 선택은 12월 한국 학교의 추가 모집에 한번 더 도전하거나(아마 결원이 없어 추가모집을 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일단 한국에서 입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가 한국 국제학교의 티오가 나기만을 기다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1-1은 건너뛴 채 국제학교 학기에 맞춰서 아무 때나 입학을 시키는 것이었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지 판단이 서지 않은 가운데 언젠가 가야 할 베트남에 언제 가야 할지, 고민만 늘어가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