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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벌써 3년

by 샐빛

하노이에서 산 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하노이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일단은 3년을 생각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으니

짐 풀고 최소 3년은 살아야 한다고.

그래야 그간의 노력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쉽게 내뱉은 3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훅 지나갈 줄이야.

다리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아이는

벌써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그만두네마네 나를 애간장 타게 했던 남편은

회사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자리를 잘 잡았다.


얼마 전에는 부모님도 방문하셔서

7박 8일간 우리 가족과 잘 보내시고 가셨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늘 궁금했는데

사는 모습을 보고 가시니

한결 마음이 놓이시는지.

이제 한국에도 자주 오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이래저래 변화된 환경에 날카로워져

잔뜩 날을 세웠던 날들이 지나가고

불편하고 부족하게만 보였던 주변 환경에

완벽 적응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두어 명의 마음 잘 맞는 친구들이 생겼고

오며 가며 인사하고 차 한잔 같이 하는 많은 주변 엄마들이 생겼으며

틈틈이 공부하고 글 쓰고 운동하면서

소소하지만 나름 알찬 생활을 잘 보내고 있다.


대단하게 변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던 것도 아닌 3년.

이제 하노이의 삶에 적응했고

이곳의 삶에 감사하며

다른 내일을 또 꿈꾸어 보는 요즘이다.


한동안 브런치를 너무 방치했다.

블로그도 다시 하고

웹소설도 써 보겠다고 까부느라

처음으로 솔직하게

마음 한 구석에 쌓아두었던 내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답답했던 기억들을 털어버리고

더 환한 공간으로 나오게 해 주었던

소중한 공간인 이곳을 잊고 있었다.


솔직히 글을 잘 쓰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

좀 쫄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뭐 어때.

나는 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니까.


돌아온 브런치에

앞으로 쌓여갈 내 이야기를 다시 남겨 놓아야지.

바쁘게 지나간 3년을 보내고

새롭게 다가올 앞으로의 3년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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