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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Jan 26. 2024

글쓰기는 되새김질

꼭꼭 씹어 읽기!

아이에게 큰 소리를 냈습니다. 엄마도 사람이기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아이에게 조금 날카로워지는 날이 있지요. 그런 날은 글을 씁니다. 기록하듯이 그날의 상황, 아이에게 한 말, 아이의 반응, 나의 느낌 등을 적습니다. 그리고 써 놓은 글을 꼭꼭 씹어 읽습니다.

'같은 상황이 생기면 다음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봐야지!'


남편에게 위로라며 건넨 말이 무심하게 툭 나갔습니다.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더 차갑게.

다시 말을 건네 보지만 마음에 미세하게 남은 찌꺼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날은 글을 씁니다.

그날의 상황, 내가 건넨 말, 남편이 건넨 말, 남편의 반응, 나의 느낌.

그리고  마찬가지로 써 놓은 글을 꼭꼭 씹어 읽습니다.

'서운했겠다. 여기에 대해선 다시 사과를 해야겠어!'


'말은 넘치면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늘 조심하자' 생각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회사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날엔 글을 씁니다.

바둑기사들이 바둑을 복기하듯이,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꼭꼭 씹어 생각합니다.


나는 이랬구나.

아이는 이 순간 그랬구나.

남편은 그랬겠군.

그 사람은 그런 생각이었겠네.


때론, 스스로를 칭찬하고.

때론, 말이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고.

때론, 그 순간엔 알 수 없었던 그 이면의 어떤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당시엔 미처 하지 못했던 '찰나'의 순간들을 깊이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가끔은 위가 네 개인 소처럼 한 가지 일에 되새김질 방을 여러 개 만들기도 합니다.

한번 생각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정리가 명쾌하지 않으면 잠시 생각방에 밀어 넣어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 꺼내어 꼭꼭 씹어봅니다. '시간'이라는 약이 작용하고 나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도 있거든요.


그렇게 마음이 수런거리거나 답답할 때.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때.

아이가, 남편이 예쁠 때.

마음이 아픈 일이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사진을 찍어 좋은 일들을 기억하듯이 글을 써서 남깁니다.

그렇게 글쓰기는 '나'라는 사람의 성장의 기록이자 삶의 기록이 되어갑니다.


오늘도 나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고, 다시 읽고, 생각하며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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