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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Jan 23. 2024

제발! 시간을 돌려주세요!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미하엘 엔데

꿈꾸는 책 읽기 2.



오늘 소개하는 책은 동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입니다.


누구나 상상한 해 본 적 있지 않나요?

부모님이 내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하루종일 게임하고 싶다고 하면 24시간 게임하게 해 주고.

하루종일 먹고 싶을 때마다 피자, 햄버거, 도넛, 콜라, 탕후루, 과자, 사탕 등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학교 안 가고 되고, 숙제하기 싫다고 하면 숙제 안 해도 되는.

그런 모든 일들이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상상을요.



여기 주인공 랑켄은 요구사항이 많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랑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죠. 그래서 랑켄은 고민 끝에 마법을 쓸 줄 아는 요정을 찾아갑니다. 


"엄마와 아빠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 말을 도대체 들어주지 않거든요."


요정은 물어보지요.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니?"


랑켄은 생각나는 대로 대답합니다.


"상대가 한 사람이 아니라서, 나 혼자 두 사람을 상대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나보다 키가 작으면, 둘이라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텐데."


랑켄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님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랑켄의 말에 요정이 내민 건 '마법의 각설탕 두 개'.

이 설탕을 먹은 다음부터는 부모님이 랑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원래 키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마법을 부리는 각설탕이지요.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상상이 되시나요?

마법의 각설탕을 먹게 된 부모님은 점점 작아지게 됩니다.

랑켄에게 "안돼", "싫어", "그런 건 잘못된 일이야" 말할 때마다 절반씩 쑥쑥 작아지지요.

결국 부모님은 랑켄이 하는 일들에 대해 입을 다물게 되고 랑켄은 원하던 자유를 손에 넣게 됩니다.

랑켄은 행복할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처음엔 신기한 설탕이라면서 깔깔 웃으며,  "나도 그 설탕 구경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엔, "나는 마법 설탕은 필요 없어요."라고 얘기했지요.

아이들 말을 들으며 제가 집중한건 "나도 그 설탕 구경해보고 싶다"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왜 그 설탕이 보고 싶을까?'

궁금할 땐, 모를 땐, 직접 물어봅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시간을 줄여주니까요.

설탕이 보고 싶은 이유, 있으면 좋은 이유를 몇 가지 말하던 아이는 곧이어 "하지만 괜찮아요. 아쉽지만 못하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합니다.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저는, "너희가 엄마 생각보다 그 일을 훨씬 좋아하는구나. 좋아. 엄마도 좀 더 생각해 볼게."라는 대답을 전하게 되지요.


아마도 '마법의 설탕'이 부리는 진정한 마법은 이것 아닐까요? 서로의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해 보기.

랑켄이 "제발! 시간을 돌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다시 요정을 찾아간 후, 랑켄과 부모님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듯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던져 주는 게 이 책이 주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요구사항이 많은 아이들과 기나긴 방학의 하루를 보내고 있을 각 가정에게 추천하는 책.

서로를 보듬어 안고 한번 더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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