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여행 준비 1단계
오랜만에 아이들과 여행을 갑니다.
목적지는 따뜻한 베트남. 우리 아이들은 처음 방문하는 나라라 엄청 기대 중입니다.
여행 일정이 잡히자마자 저보다 아이들이 더 분주해집니다.
바로 여행 전 필수코스. '스스로 여행 일정 짜보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일정 짜보기'라고 해서 엄청 거창하거나 어려운 건 아닙니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사용하면서 알게 된 프로그램 <미리캔버스>를 이용해 쉽고 간단하게 일정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여행할 나라나 도시의 특징, 역사, 날씨, 먹거리, 관광지, 교통수단 등등.
본인이 관심 있는 것들을 항목별로 나눠서 제법 그럴싸하게 발표 자료를 만들어냅니다.
다 만든 뒤에는 가족들 앞에서 간단하게 발표도 해봅니다. 쑥스러움이 많아 발표를 싫어하는 아이들이지만 이 시간은 제법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가보고 싶은 관광지나 먹고 싶은 음식들을 적극적으로 여행코스에 반영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여행 갈 때 직접 여행코스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스스로 여행코스 짜보기.
이 일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의 프로그램 사용 능력이 향상되고, 검색 스킬이 늘고, 여행 갈 나라나 도시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해져서 여행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더불어 나란히 앉아 여행코스를 짜면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첫째는 '역시 멋진 형아'. 둘째는 '똘똘하지만 아직은 챙겨야 할 귀여운 동생'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자기주장이 약한 편인 첫째가 동생에게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됩니다.
일정을 짜기 위해 노트북 2대를 꺼내놓고 아이 둘이 나란히 앉아 검색하느라 시끌시끌합니다.
첫째는 표지와 목차를 만든 뒤에 그 목차에 맞는 자료를 찾으며 검색스킬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집중력이지요.
둘째는 표지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터라 형아보다 시간이 서너 배는 더 걸립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자판도 자꾸만 시간을 빼앗아갑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형아를 불러댑니다.
"형아, 이건 어떻게 해?"
"형아, 이거 이상해."
"형아, 이게 안 바뀌어."
"형아, 저장이 안돼!"
5분에 한 번씩 형아를 불러대면서도 의지를 불태웁니다. 그런 동생이 귀찮을 법도 한데, 아는 자의 여유를 부리며 하나하나 꼼꼼히 알려주는 첫째의 태도가 빛나는 순간입니다.
이 시끌시끌한 여행코스 짜기가 마무리되면, 먹거리와 볼거리가 정해질 겁니다.
그럼 우린 여행을 떠납니다.
글과 사진으로 본 지역들을 직접 돌아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어보며 베트남을 흠뻑 느끼고 돌아올 겁니다.
아이들의 여행 준비 1단계. 스스로 여행 일정 짜보기.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빠질 수 없는 우리 집 '여행의 감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