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배터리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은 흐뭇한 기분으로 쳐다보고 있었더니 그 눈길을 느꼈는지 갑자기 쳐다봅니다.
엄마 만족도 최상을 찍고 있던 터라 하회탈 웃음을 지어 보였더니 아이가 대뜸 물어봅니다.
"엄마, 나트륨으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어요?"
음? 뭐? 나트륨? 소금??
훅 들어온 아이 질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잘 모르거든요!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 아는 것도 없고 그러니 답을 줄 수가 없습니다. 나의 당황스러움을 느꼈는지 아이가 보충 질문을 합니다.
"여기에 노틸러스호가 나트륨배터리로 가동한다고 되어있는데 나트륨배터리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 거예요?"
아이는 읽고 있던 <해저 2만 리>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쥘베른을 좋아하는 아이는 해저 2만 리를 벌써 여러 번 읽었는데 이 질문이 나온 건 처음입니다. 요즘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더니 관심이 있는 만큼 눈에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이의 보충 설명을 듣고서 솔직하게 말해 봅니다.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음, 한번 검색해 보자. 나트륨배터리."
"좋아요. 내가 검색해 볼게요."
아이와 함께 검색창을 열고 머리를 맞대고 앉았습니다.
'나트륨배터리'를 입력하자, 여러 기사가 주르륵 뜹니다. 나트륨 배터리는 몇 년 전에 개발이 되었더군요.
"오, 나트륨 배터리 개발이 됐대. 그런데 몇 년 되지는 않았네. 그럼 그전에는 없었다는 얘기지."
제 말에 아이가 또 물어봅니다.
"그럼 쥘베른 작가가 살던 시대에는 나트륨배터리가 없었겠네요?"
"응, 그랬겠지?"
"그럼 책에 나온 나트륨배터리는 작가가 상상해서 만든 거네요.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
아이가 연신 감탄합니다.
"그러게. 진짜 멋지네. 그런데 나트륨 배터리가 아직 실생활에 많이 쓰이진 않는 것 같아. 실제로 많이 쓰이게 되면 쥘베른이 엄청 뿌듯하겠다. 그렇지?"
내 말에 아이가 대답합니다.
"맞아요. 내가 쥘베른이면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끝으로 아이는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 대화가 이틀뒤에 다시 등장합니다.
나트륨배터리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전기 자동차가 새해 출시 됐다는 기사를 보게 됐거든요. 아이랑 대화를 하자마자 보란 듯이 뜬 기사에 뭔가 '이건 운명이야' 같은 느낌. 서둘러 아이를 불러봅니다.
"별이야, 며칠 전에 나트륨배터리 얘기했잖아. 그 나트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자동차가 출시 됐대. 판매한다는 얘기야."
제 말에 아이 눈이 동그래집니다.
"아, 그래요? 신기하다. 그럼 언젠가는 진짜 노틸러스호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음,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안정성이 좀 더 확보되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잘 모르니 제 말에 확신이 떨어집니다.
"엄마가 잘 모르지만 별이가 관심이 많으니까 언젠가 그쪽 분야에서 일하면서 노틸러스호에 들어갈만한 나트륨배터리를 만들어서 실제 노틸러스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던진 내 말을 아이가 받아줍니다.
"그럼 그 배에 엄마도 태워줄게요. 나는 네모선장이에요."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언젠가'를 꿈꾸는 아이 목소리가 반짝입니다.
이틀에 걸쳐 연결된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느낌이 달라지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 있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관심사를 키워주고 많은 직, 간접 경험이 필요한 이유를 또 한 번 느끼는 하루입니다.
언젠가 대양을 누빌 '아이표' 노틸러스호를 꿈꾸며,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마법이 우리 아이에게도 펼쳐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