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동화) 2장.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믿음

어린이와 어른이(어른아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by 은혜은

Chapter 2.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믿음



내일은 크리스마스. 평소라면 어떤 선물을 받을까 궁금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번엔 아니야. 안바다에게 보여주기로 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는 증거로 무얼 가져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거든. 대결 이후 매일 고민해 봤지만 마땅한 게 없네.


‘선물 가지고 오시는 산타할아버지께 말을 걸고 내용을 녹음해볼까? 인터뷰처럼. 물론, 산타할아버지께 먼저 여쭤본 뒤에 말이야. 아니면 사정을 설명하고 수염을 한 올 얻어 볼까? 하얗고 길게 구불구불한 수염은 산타할아버지의 상징이니까 증거가 되지 않을까? 아냐, 그건 뽑을 때 따끔하니까 실례가 될 것 같아. 흠, 뭐가 좋을까……. 아, 사진! 산타할아버지께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 거야. 같이 찍어주시면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텐데. 그런데 선물도 몰래 주고 가시는 산타할아버지랑 사진 찍기가 가능할까? 이것도 힘들 것 같은데……. 아, 고민된다.’


크리스마스 전날엔 항상 들떠서 어쩔 줄 모르던 내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 이상했나 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모르고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보고 엄마가 물으셨어.


“이믿음, 무슨 고민 있어? 어떤 선물 받을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엄마는 내가 선물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봐. 물론 선물도 궁금하지만 지금의 난 그렇게 단순한 상황이 아니잖아. 어떤 방법이 좋을지 엄마한테도 살짝 물어볼까?


“엄마! 만약에 산타할아버지가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면, 어떤 걸 증거로 가져갈 거 에요?”


내 질문이 너무 엉뚱했나 봐. 엄마가 웃음을 터트리셨어.


“음, 글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웃음 끝에 다시 물으셨지.


“우리 믿음이는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어?”


엄마 물음이 끝나자마자 나는 생각해 놓은 몇 가지 방법을 쭉 얘기했어.


“1번. 산타할아버지랑 인터뷰해서 녹음하기. 2번. 산타할아버지의 구불구불한 수염 한 올 얻기. 3번. 산타할아버지랑 함께 사진 찍기……까지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목소리에 힘이 빠지네. 내가 생각해도 좀 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은 거야.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지.


‘꼭 산타할아버지랑 함께 찍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산타할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온 순간 몰래 찍는 거야. 몰래! 좀 반칙 같지만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계시니까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좋아. 바로 이거야.’


순간 번뜩인 생각이 마음에 쏙 들었어.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지. 내 표정을 보고 엄마도 뭔가 눈치채셨나 봐.


“우리 믿음이가 해답을 찾은 것 같은데? 뭘까……. 궁금하네.”


엄마가 진짜 궁금해하시는 거야. 그래서 엄마 귀에다가 살짝 속삭였지.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오는 순간 몰래 사진을 찍을 거예요. 몰래! 이 계획은 엄마랑 나만 아는 비밀이에요.”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어.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산타할아버지께선 바쁘셔서 우리 목소리를 못 들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아주 작게 소곤소곤 속삭였어.


“그래서 오늘은 밤을 새야 할지도 몰라요. 산타할아버지가 몇 시에 찾아오시는지 알 수 없잖아요.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아주 긴 밤이 될 거예요.”


내 선언에 엄마는 말없이 웃으셨어. 그저 눈을 찡긋 하시며 한마디 하셨지.


모든 일은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법이지.”


엄마와 내가 소곤소곤 비밀을 주고받던 그 순간, 우리 집 창이 보라색으로 빛나는 건 몰랐지. 처음엔 연보라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던 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짙어지는 것도 말이야. 노란 달빛과 하얀 별빛이 빛나던 평소의 밤과는 다르게 우리 집 창이, 아파트 곳곳이, 마을 여기저기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으로 물드는 건 아무도 몰랐어.



<Chapter 3. 크리스마스 전날 밤, 안바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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