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봄이 성큼 뛰어왔다.
아직 손 닿는 곳에 겨울코트가 걸려 있는 나는, 그 속도에 어안이 벙벙하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도 3월 한 달은 내내 추워 두터운 겉옷을 입혔던 기억이 선명한데 볼에 와닿는 공기가 따뜻해 나도 모르게 날짜를 확인하게 된다.
그래, 아직은 이른데.
아, 봄은 마음이 점점 더 급해지나 보다.
반갑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이른 포근함이다.
봄은 달려왔는데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던 나는, 아파트를 울리는 굉음에 화들짝 놀란다.
소리의 주인공은 '톱'이다.
커다란 소리만큼 위협적인 힘을 발휘하며 전지작업 중이다.
봄이야!
내가 도와줄게.
더 건강해지자.
날카롭지만 단단한 소리로 나무를 깨우고 아직 겨울 안에 갇혀있던 나를 불러낸다.
무성하던 가지들이 잘려나가고 껑충하던 키가 줄어든 나무들이 서 있다.
볼품없고 안쓰럽다.
며칠만 더 있으면 꽃을 피웠을 산수유 나뭇가지가 아쉬워 자꾸 빤히 쳐다보게 된다.
겨울 내내 꽃 피울 봄을 준비했을 텐데 아쉽진 않을까.
그런 내게 나무가 인사한다.
'괜찮아. 나는 더 건강해져서 내년엔 더 예쁘고 화사한 꽃을 피울 거야.'
아, 그렇구나. 너는 더 향이 강한 꽃을 피우고 건강한 열매를 맺기 위해 한번 더 기다리는 거구나.
'기다리는 봄'을 맞이하고 있구나!
나무가 전한 인사에 가만히 나를 본다.
겨울과 봄이 혼재된 집안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겨울을 주섬주섬 집어든다.
그렇게 겨울에겐 '잘 가라'는 안녕을, 봄에겐 '어서 오라'는 안녕을 전한다.
나무는 봄을 한번 더 기다리고, 나는 조금 늦은 준비를 하며 달려온 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