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껄껄 웃으면 그만

철들 줄 모르는 자식의 가족 여행기

by 글희

봉지를 잘 여민 것 같은데도 새어 나오는 쿱쿱한 향기. 향기는 금방 사라졌다가도 다시금 콧구멍을 통과하고, 별안간 온몸에 구수함이 스친다. ‘냄새’ 대신 ‘향기’를 선택한 건, 그 정체를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올리브유에 구어온 노릇한 맛의 템페 구이.

템페 구이는 기차 뒷자리에서 왔다. 집에서부터 종이호일에 바스락히 싸여 비닐봉지에 한번 더 담긴 뒤, 내 손에 넘겨오기 전에 이미 몇 개 집어 먹혔다. 그러고 나서 뒷자리 엄마 손에서 앞자리 내 손으로 넘어왔다. 청국장 같은 꼬릿함이 덧입혀진 고소함. 난 템페 구이를 아주 좋아한다.

뒤에 두 자리와 옆 자리는 내 가족이 차지했다. 동생은 옆에서 웹툰을 보고, 아부지는 안경 벗고 꾸벅꾸벅 조신다. 어무니는 글 쓰는 지금, 템페구이를 돌려달라고 의자 사이 틈으로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같이 앉아선 딱 자기가 앉은자리만 한 공간 속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기차는 빠른 속도에서 기인한 웅웅-소리만 울린다. 간간히 덜컹거린다. 무척이나 고요하다. 하늘은 말갛게 파랗다. 꼭 그림 같다.

진부(오대산)역에 내렸어야 했는데 평창역에 잘못 내렸다. 아무 계획이 없어 느긋하다. 화장실 간 남자들을 기다리는 사이, 엄마는 남은 템페구이를 입 속에 들이민다.

“맛있지? 잘 샀지?”

엄마는 항상 먹거리를 사 와서 맛보게 하시고, 맛있음을 강요하신다. 콩 싫어하는 동생은 “괜찮아요 안 먹어요”를 세 번쯤 반복해서 먹지 않기에 성공했다. 항상 반복되는 패턴 우습다 우스워! 아이가 나고 자라 서른이 될 때까지 어쩜 이리 한결같으실까.

어른 나이 된 지 한참 됐지만, 여행만 가면 어렸을 때 여행 가던 습관이 나온다. 어른이라면 안 할 짓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에서

“다 큰 애들이랑 놀러 오는 것도 부러워요”

얘기를 들었다. 어무니께서 아기랑 같이 놀러 온 젊은 부부를 부러워하는 얘기를 하시니, 옆에 어무니보다 더 연세 많으신 아주머니께서 끼어들어 말씀하셨다.

가족이 화목해 보인단 얘기니까 으쓱하지만

다 큰 애들 소리 듣기엔 난 나이가 좀 많은데 싶었다

양과 사슴과 염소들에게 건초 주러 가는 길이라 애들 소리 듣기에 딱 적절해서 할 말은 없었다. 세 네 살배기들만 모여 있는 목장에 엄마 카드로 건초 더미를 사서 동물들 먹이나 주는 서른 배기들이라니

난 당당하다!

엄마 아빠는 영원히 엄마 아빠고

우리는 영원히 몇 살배기 자식이고

까르르 껄껄 웃기고 웃고 살면 그만 아닌가!

말하면서 한 구석이 찔리고, 스스로 뻔뻔스럽게 느껴지지만,

유쾌하고 호탕하게 웃을 구석이 이 세상에 한 데는 있어야 되지 않는가!

초등학생 시절 엄마 아빠 뒤 졸졸 따라

알파카에게 먹이 주던 어린애들이,

자라려고 자란 건 아닌데 이만치 자라,

엄마 아빠 뒤를 또 졸졸 따른다.

철없던 자식은 여전히 철이 없고 철들 줄 모르겠고 철들고 싶지 않고. 부모님은 영원하셔서 영원히 자식으로만 남으면 좋으련만. 희끗한 머리는 부모가 아니라 나에게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부모 전유물이던 주름도 나에게 생긴다.

이런 덧없는 것들은 홀라당 잊고 다시 까르르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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