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이야기 1. 2년 만에 메일이 왔다

2부. 사랑과 용기

by 글희

답을 정해놓고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혹은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그러고 마침내 정해진 답을 선택했는데


이것도 용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희에게]


그에게서 메일이 왔다. 헤어진 지 2년 만에.

3시간 전에 보낸 메일이었다.


[잘 지냈어? 갑자기 메일이 와서 당황스럽지? 카톡을 할까 했지만 이메일이 덜 부담스러울 거 같아서.

메일을 잘 볼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광고 메일도 너무 많잖아]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렸네. 슬픈 사연이다. 언젠가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한다면 카톡이나 전화가 아니라 메일로 할 것 같았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이 사람을 오래 봐온 사람의 직감 정도랄까.


헤어진 후로 매일 아침 메일함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전엔 읽지 않은 메일이 쌓여 항상 아이콘 옆에 99+ 숫자가 표시되곤 했었는데, 헤어지곤 혹시나 왔을 연락을 놓칠까 봐 그때까지 온 모든 메일을 읽음처리 했었다. 그러고 나니 새 메일이 올 때마다 눈에 확연히 띄었다. 새 메일이 올 때마다 아이콘 옆에 새 메일 개수만큼 숫자가 떴고,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들어갔다. 그래봤자 쿠팡 결제 메일이나, 언제 가입했는지도 기억 안 나는 사이트에서 오는 광고메일뿐이었다.


헤어진 지 2년쯤 되니 본래의 목적보다는 메일함을 확인하는 습관만 남았다. 아이콘 옆 숫자 1, 2가 거슬려 메일을 클릭하고 숫자를 지우는 게 매일 아침의 루틴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 내가 클릭한 게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지우곤 했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확인도 잘 안 했을 메일을 내가 3시간 만에 확인하게 된 사유다. 한때는 굉장히 기다렸고, 한동안은 잊고 있던 이름.


헤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이 오빠라면… 당장은 아니고 한 1년쯤 뒤에 연락하지 않을까?”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 참지 못한 내가 먼저 카톡을 보냈는데, 일상 얘기만 아무렇지 않게 하다가 쓱 내민 약속 제안을 거절당한 후로는 기대를 접었다. 이 오빠의 7년과 나의 7년은 무게가 달랐구나. 7년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친구들에게 ‘이 오빤 내가 제일 잘 알지-’식의 떵떵거림이 창피했다.


‘1년 뒤쯤 연락하지 않을까?’ 속 1년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이미 지난 관계를 뒤로하고 나아가려고 했으나, 공백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연락을 하고야 마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난 이 오빠가 너무나 무거워서 연락을 못한 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가벼웠기 때문에 연락을 안 했었구나.


서러웠다. 차라리 답이 없었다면 그도 내가 여전히 무겁구나 생각하며 실망하면서도 안도했을 텐데. 이별 때만큼이나 상처를 잔뜩 받은 후로 연락이니 재회니 모든 기대를 접었었다.


기대를 접고도 1년이 더 지났지. 그러고 마주한 메일 속 그 이름이 어땠냐고?


반가웠다.


[그때 술 한잔 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한지 모르겠다]

파도처럼 들이치는 반가움.


그의 메일을 반가웠다고 인정하는 것은 나의 용기였다.

지난 상처를 애써 봉합하면서, 스스로를 설득해 왔던 여러 말들.


‘그와 난 맞지 않았어’

‘우리 둘 다 미성숙했어’

‘필요한 이별이었어’


계속 되새기던 생각들에 맞서야 하는 솔직함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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